인연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학연, 지연, 혈연이 중요하다고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이 삭막한 직장 생활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연, 지연, 혈연 없이는 힘들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의 말을 들으면서 그 말이 맞다고만 생각하고 딱히 왜 그럴까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한 때는 흙수저로 태어나서 공부라도 잘 시켜보려는 어른들의 동기 부여로만 생각했지만, 학연, 지연, 혈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따지고 보면 인생을 쉽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외에도 사람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전부이고, 친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말이라는 것을 세월이 흐른 뒤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직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같은 직장 혹은 같은 업무를 하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초면에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 사이를 단 번에 친하게 해 줄 수 있는 치트키 같은 말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학연, 지연, 혈연이다.
일면식이 없던 관계라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한다면 학교 앞 근처 식당 이야기부터 해서, 교양 수업 이야기, 동아리 이야기 등등 꺼낼 수 있는 대화의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대학 시절이라는 나름 풋풋하고 즐거운 시절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세 친해진 기분 또한 들게 된다.
지연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동네, 같은 지역에 산다고 하면 동네의 랜드마크만 이야기해도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인데, 지역이 같다고 한다면 서로의 외로움은 그대로 서로를 이끄는 힘으로 바뀔 수 있다.
혈연은 말할 것도 없다. 특정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가 무척이나 쉽고, 부탁하기 또한 쉽기 때문에 학연, 지연, 혈연 중에 가장 힘이 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수저로 태어나야 인생살이가 많이 편해진다는 것은 혈연이 치트키 중에 치트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속상하게도 학연, 지연, 혈연 중에 하나도 속하지 않는 사람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거나 재미있을 만한 토픽을 꺼내기 위해서 머리를 굴리고, 그 사람의 바운더리 안에 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호감을 살만한 행동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물론 굳이 친해질 필요가 없다면 이런 노력들은 필요가 없지만, 사람들과 친해져서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모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생활을 학연, 지연, 혈연으로 쉽게 쉽게 풀어가는 직장 동료를 보면 억울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친해진다는 건 노력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족과 태어난 곳, 졸업한 학교를 바꾸는 것보다는 친해지는 것이 쉽다고 생각한다. 일단 겹치는 부분이 없다고 할지라도 웃으면서 다가가는 연습부터 시작해보자.
보통 남자들은 군대, 게임, 여자 이야기를 하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자신의 직장 동료들 또한 급격하게 가까워질 수 있는 마법의 키워드가 있을 것이다. 여유가 될 때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