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등학교 시절 반편성은 본인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졌기에 마음 맞는 사람이 1명도 없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으며,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친구를 찾기엔 그 당시 나는 그 외에도 몹시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결국 적당히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선택했고, 이미 시절인연이 될 것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
마음 맞는 사람과는 자연스레 계속 갈 것이고, 안 맞으면 굳이 의리랍시고 같이 다닐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2. 연애에 대하여(나는 과연 연애를 언제 하게 될까에 대하여)
일단 대화가 술술 잘 되어야 한다.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고 공백이 많다는 것은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공통의 관심사도 없을뿐더러, 이성적으로 딱히 끌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소개팅 상황이라면 말 그대로 서로 머릿속으로 다음 말을 '쥐어짜 내야 하는'상태인 것이다.
연애를 하도 안 하니, 그냥 나 좋다는 사람 만나서 3개월 정도 만나보고 헤어지라는 아무개의 오지랖이 떠올라 시도해 봤지만 1개월도 안되어 헤어졌다. 그 뒤로 재미있지도 않고, 딱히 의미가 있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제한도 있는 그런 '말만 연애'인 감옥에는 절대 제 발로 들어가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도 내가 언제 연애를 하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분명한 건
잘 안 맞는 사람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는 것보다는
당분간 혼자 지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3. '인스타 안 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다'라는 말에 대한 생각
오늘 한강에서 돗자리에서 책을 읽다가 불편해서 돗자리를 접고 벤치로 옮겼는데, 바로 옆 벤치에 친구로 보이는 여자 둘이서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남자들 이상형이 인스타 안 하는 여자래"
요즘 인스타 스토리를 매우 많이 올리는 편이기에 그녀들의 발언은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결론은 인스타를 계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먼 미래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나 또한 인스타 하는 남자 괜찮다.
인스타를 하냐, 안 하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인스타를 활용할 것인가. 인스타에 내 인생을 쏟아부을 것이냐라는 것이다.
아마 그 '인스타 안 하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도 인스타에 인생을 갈아 넣는 건강하지 못한 여자들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만약 인스타를 통해 다른 이성의 접근이 있을 수 있어서의 맥락이었다면 그 남자의 매력은 조금 반감되는 것 같다.
(1) 인스타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 가치관, 생활방식 등을 알 수 있다.
방구석에서 인스타 피드와 스토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건 파악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1차 서류전형인 것이다. 이렇게 모든 사람을 다 2차 면접을 보는 시간과 돈, 즉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서류상 누락되는 매력이나 오해가 있을 수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핵심은 어느 정도 선에서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지금의 나는 남과 비교하며 우울함을 느끼기보다는 여행 간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좋다. 나도 가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긍정적인 영향만 받는다.
(3)얼마 전 노트북 하드가 손상돼서 문서 파일 복구하려면 20만원을 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왔다.
나는 지금 핸드폰을 4년 넘게 쓰고 있으므로 약간은 우려스럽다.
따라서 인스타를 사진 저장용으로 쓰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4) 인생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인스타를 보면
내 인생이 그래도 꽤 재미있었구나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5) 감각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게시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재치, 창의력, 문장력 등을 기를 수 있으며
스토리를 올리려면 사진 촬영능력(구도, 색감 등)과 글자와 사진의 배치 능력이 요구된다.
나는 이런 과정들 하나하나가 삶의 의욕을 준다.라고 하면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는 건 맞는 듯하다.
4. 결국은 나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햇빛, 탁 트인 시야다.
주말이면 한강에 자주 간다.
저번에 샀던 꽃이 질릴만할 때쯤, 계절에 맞춰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날 기다렸다는 듯 우연히 발견한 꽃집에서 꽃을 사 집에 가서 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