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 피는 밤
벚꽃 피는 밤
내 방 창문을 열면 바로 벚꽃 나무가 보인다.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손 내밀면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어제는 꽃망울만 있더니 오늘 꽃이 피었다.
방 앞 벚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저녁엔 발산鉢山을 돌았다.
저녁에 보는 개나리와 철쭉도 예사롭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제주 집 뒤 한라수목원에서 보던
꽃하고는 다르지만 서울서 만나는 철쭉도 남달랐다.
아, 제주는 지금 수선화향기가 진동할 테지.
추사가 왜 수선화를 사랑했는지
제주에 가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서울서 느끼는 봄의 전령사, 벚꽃
바로 창문 앞에 있어 좋다.
방에는 향을 핀다.
아내는 절 같아서 싫다고 하지만
난 방안 그윽히 퍼지는 향이 좋다.
낮엔 회사 가서 회의를 했고
바쁜 와중에도 여의도의 벚꽃을 봤다.
회사 근처의 벚꽃만 흐드러지게 피었고
윤중로의 벚꽃은 아직 덜 피었더라.
그래도 상춘객은 꽤 많았다.
해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그리고 사람들은 여의도에 모이고
또 무엇이 달라지는가?
오랫동안 못 보던 얼굴도 오늘 만나고
그리고 커피를 모두들 같이 마시고
이야기하고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 하고
아, 처녀였던 친구는 결혼을 했고
30초반이었던 친구는 이제 40중반으로 넘어가고
참, 세월도 빠르지.
파릇파릇했던 청춘들이 모두들
家長이 되고, 사장이 되고
팀장이 되고
메인 작가가 되고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 했다.
내가 기억 못했던 한순간의 사건도 떠올리고
나의 가벼운 한마디가
누군가는 무거운 말이 되고
아무튼 시간은 많이 흘러 갔다.
벚꽃이 만개할 때면 늘 10년 전 일이 떠오른다.
남편을 얼마 전에 잃은 작가가 눈물을 흘리던 날,
그 순간이 꼭 오버랩 된다.
10년 뒤에도 그 친구는 솔로고
난 여전히
벚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