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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Sep 21. 2021

명절 때마다생각나는 큰집 오빠

아버지는 오형제다. 사실 정확히 모른다. 더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멀리 산다는 이유로, 일 년에 한두 번 전화하는 거 외에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본 아버지의 형제는 두 명 정도였으니까. 가장 가까웠던 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옆동네의 큰 집이었다. 우리 집은 각자 알아서 사는 집이었기 때문에 명절에 따라나서라 마라 이런 것도 없었지만 난 큰엄마가 해주시던 제사음식이 좋아서 따라나서곤 했다. 늦게 일어나 툴툴거리면서도 아버지 뒤를 따라 시장을 가로질러 골목길로 들어가 개천가에 있는 초록색 대문을 열고 "안녕하세요!"를 외치던 나였다. 


큰엄마는 제사나 명절 준비를 항상 당신 혼자서 다 하셨다. 아들들에게도 딸들에게도 우리 엄마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씀 한 마디 없이 혼자 준비하고 혼자 만드셨다. 그게 편하고 좋다고 하셨다. 많이 하는 것도 없는데 다른 사람까지 귀찮고 힘들 일 거 있냐 하셨다.


큰엄마가 돌아가신 후 돌아온 첫 명절 때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제 누가 준비할 것인가. 엄마는 "네 아빠는 막내니까 내 차례가 오려면 멀었지."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생각은 없어 보였다. 사실 엄마가 해야 된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그리고 돌아온 명절. 큰아버지, 큰엄마 돌아가신 후로는 큰 집은 아버지만 가시는데, 큰집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OO가 준비를 다 해놨더라."라고 하셨다. 둘째 오빠다. 큰엄마의 자식들 중 가장 큰엄마를 닮은 둘째 오빠가 명절과 제사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큰엄마처럼 자신도 혼자 하는 것이 편하므로 크게 신경 쓰지 말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둘째 오빠가 큰엄마처럼 다 도맡아 한다. 그 사이 결혼도 했지만, 아내에게도 돕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내 몫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것조차 큰엄마와 닮았다. 신기하기도 하지. 추석 당일인 오늘도 아버지는 큰 집에 가셨는데, 오늘도 준비 다 해놓고 "오셨어요?" 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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