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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지세요, 이름 팔아먹게.

흥얼흥얼

by MITCH


언젠가, 지금은 지나간 사람이 되어 버린 사람과 홍대 뒷길을 걷다가 우연히 또 다른 지난 계절을 마주쳤다. 그는 어느 카페 앞 테이블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순간 내 발걸음이 멈추자, 곁에 있던 남자는 내 표정을 읽으며 장난스레 물었다.


"전 남자 친구라도 본거야?"

"아니.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 멤버."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함께일 때는 낯선 이름의 밴드였다. 지금도 유명세를 가진 뮤지션은 아니지만, 무대 위의 그는 언제나 음악과 어울렸다. 그 모습을 좋아해서 우리가 헤어진 뒤에도 나는 몇 번인가 공연장을 찾곤 했다. 어둠 속에서 번지는 조명과 기타의 울림, 무대 위의 그는 내가 알던 그대로였고, 그가 들려주는 음악도 여전히 나의 취향이었다.


오늘,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서 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익숙한 음색이 놀랍고 반가웠다. 음악의 결은 조금 바뀌었지만, 그 변화마저도 그에게 어울렸다.


우리는 언젠가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너나 나나 하고 싶은 건 꾸준히 잘 하지만 그걸로 돈을 만드는 재주는 없는 것 같아."

그 말에 함께 웃었는데, 그 웃음은 씁쓸하고도 따뜻했다.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일보다 먹고사는 일에 더 얽매여 있으니, 그때의 웃음과 대화가 더 선명하게 아려오는 것 같다.


그가 언젠가 큰 무대에서 반짝이기를 바란다.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돈도 명예도 모든 것이 그에게 흘러들기를. 그러면 나는. 그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세상에 흘려 보낼 테다. 아마 그도, 어딘가에서 같은 꿈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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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