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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 저주

스마일 ^_^

by MITCH


나에게는 "키스의 저주"가 있었다. 키스를 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상한 저주. 누군가 듣는다면 "그게 뭐 대수냐"하고 웃어넘기겠지만, 그 저주는 내게 오래 달라붙었고, 꽤 진지한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날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대학로의 오후였다. 그와 나는 KFC 앞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스치는 것 같더니 그가 내게 입을 맞췄다. 뽀뽀와 키스 사이, 길고 느린 접촉. 조금 놀랐지만, 따뜻했다.


그러다 살짝 눈을 떴을 때, 웃음이 터졌다. 신호등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고, 길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고, 민망함과 설렘이 섞여버려 결국 웃음으로 흘러나와 버린 것이다.


크큭-


웃음과 함께 키스는 멈췄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고, 나는 그저 웃음만 흘렸다. 신호가 바뀌자 사람들은 무심히 길을 건넜고, 그도 그들 틈에 섞여 혼자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 으하하. 같이 가~"


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웃음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건너편, 초록불 아래 웅크려 앉은 거대한 그림자가 되었다. 다시 신호가 바뀌었을 때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고, 손을 까딱였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이마에 연신 붙였다 떼며 사과했지만, 내 얼굴은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끝내 생글거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지은 헛웃음은 지금도 기억난다.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그는 그 모습을 보고 차라리 증발해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너는 앞으로 키스할 때마다 웃게 될 거야."


그는 장난스레 내게 저주를 걸었다.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내 입술에는 웃음의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키스를 하면 어김없이 피식 웃음이 터졌고,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자신의 저주가 제대로 걸렸다고 흡족해했다.


문제는 이 저주가 그와 헤어진 후에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꼬박 2년 동안 나는 나는 입맞춤이 시작될 때마다 웃음을 삼키느라 괴로웠다. 저주를 풀어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다 미국으로 유학 갔던 그가 잠시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그와 다시 마주했다. 오랜 침묵 끝에, 나는 결국 그에게 토로하고 말았다.


"이제, 저주 좀 풀어줘."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장난스럽게 주문을 외우는 시늉을 했다.


"풀렸어."

그리고 슬며시 웃었다. 그때는 이상하게도 내가 웃지 않았다.


며칠 후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고, 나의 저주도 함께 사라졌다. 키스를 하면 웃어버리던 기묘한 습관은 이제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서 가끔 회자된다. 어설프고 웃기지만 이상하게도 즐거운 추억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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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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