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실패
익히 알던 단어를 사전에서 다시 찾을 때가 많다. 핀트를 맞추기 위해서다. 혹은 핀트가 맞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단어는 언제나 늘, 거의 애매해서 바늘에 실을 꿸 때처럼 시야를 흔들면서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곤 한다. 때로는 동요하지 말고 과감하게 그것을 낚아채야 하는데 나이 든 지금, 바늘에 실을 꿰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듯이 단어들 역시 미꾸라지 속도로 미끄러져 어디론가 가버린다. 그것을 잡는 연습을 오늘 아침에는 바늘귀를 꿰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본다. 결국 모든 게 다 몸의 문제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바늘을 꽂아두었던 저것의 이름은 왜 하필 실패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