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상순 Apr 08. 2023

내가 여기 있습니다

26. 실패



    익히 알던 단어를 사전에서 다시 찾을 때가 많다. 핀트를 맞추기 위해서다. 혹은 핀트가 맞는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단어는 언제나 늘, 거의 애매해서 바늘에 실을 꿸 때처럼 시야를 흔들면서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곤 한다. 때로는 동요하지 말고 과감하게 그것을 낚아채야 하는데 나이 든 지금, 바늘에 실을 꿰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듯이 단어들 역시 미꾸라지 속도로 미끄러져 어디론가 가버린다. 그것을 잡는 연습을 오늘 아침에는 바늘귀를 꿰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본다. 결국 모든 게 다 몸의 문제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바늘을 꽂아두었던 저것의 이름은 왜 하필 실패인 건가.

작가의 이전글 내가 여기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