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33
“스스로를 믿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를 실망시키는 건 늘 나 자신이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다이어리에 다짐을 빼곡히 적었습니다. 운동 매일 하기, 매달 책 두 권 읽기, 영어 공부하기. 그럴듯한 목표들은 그럴듯한 핑계로 무너졌고, 2월이면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실망을 반복했습니다. ‘포기하는 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내가 세운 약속을 내가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용히, 그러나 깊이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죠.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해서가 아니라 나를 반복해서 실망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우리는 자존감을 종종 성격처럼 말합니다.
“나는 원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야.”
“쟤는 타고나길 자신감이 넘쳐.”
하지만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더 큰 도전에 나설 수 있다.” 이 믿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공을 누적한 경험에서 생긴다는 것이죠. 즉, 자존감은 추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나는 해봤고, 해냈던 사람’이라는 기억의 누적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또 다른 이론인 자기 확증이론(Self-affirmation theory)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일관되고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할 때 외부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나는 나를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내면의 경험입니다. 그 믿음은 말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에서 만들어집니다.
변화는 놀라울 만큼 작게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매일 운동을 하는 내가, 그때는 몸을 돌볼 틈조차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한참 일을 많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식사는 불규칙했고, 빈번한 회식과 술자리로 몸은 점점 무너지고 있었죠. 운동할 시간은커녕, 내 건강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거울을 봤습니다. 그 안에는 지쳐 보이고, 부은 얼굴에 생기가 없고, 어딘가 무너져 보이는 내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몸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에너지이며, 무엇보다 나의 가장 소중한 미래 자산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하루라도 나의 건강을 위한 시간을 만들자.” 그것이 새벽 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이 전부였습니다. 몸은 무겁고, 새벽은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딱 한 번만이라도 매일 운동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그다음 주엔 두 번, 그다음엔 세 번, 그리고 어느새 매일 새벽, 운동화를 신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 제일 먼저 헬스클럽에 도착해서 조용히 걷고, 뛰고, 땀을 흘렸습니다. 매일 한 시간. 그 시간은 내가 나에게 주는 약속이자 선물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쯤 지나자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얼굴이 좋아졌네.”
“건강해 보인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
그 말들이 내게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만든 변화가, 내 바깥에서도 감지되기 시작한 순간이었죠.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운동은 체력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너졌던 자존감을 되찾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요.
작은 루틴이 자존감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겪으며, 그 루틴들엔 공통된 구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 작고 현실적일 것
“하루 1시간 운동”보다 “계단 한 층 걷기”가 낫습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을 낮추고, “할 수 있다”는 감정을 빠르게 만들어줍니다.
2. 성과보다 ‘과정’에 집중할 것
몸무게가 줄었는지보다, ‘오늘도 일어났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습니다.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 안에서 나는 점점 더 나를 믿을 수 있게 됐습니다.
3. 패턴화된 반복이 있을 것
뇌는 익숙한 패턴을 좋아합니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 루프(Habit Loop)’를 신호 → 루틴 → 보상의 구조로 설명했습니다. 이 패턴이 형성되면, 행동은 점점 덜 노력하게 됩니다. 즉, 자존감은 습관처럼 만들어지는 감정입니다.
매일 운동을 시작한 이후, 나는 더 이상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매일 새벽, 내 안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켜낸 시간들이 쌓여 이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몸의 변화는 결국 내 삶 전체의 리듬을 바꿔주었습니다. 피곤에 쫓기던 일상은 더 이상 무질서하지 않았고, 아침의 여유는 나의 감정과 사고까지 안정되게 해줬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건 내 인생에서 나에게 한 가장 좋은 투자였습니다. 단지 살을 빼거나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존감을 다시 세우고, 나 자신을 믿게된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나와의 이 약속을 지킵니다. 누구보다 소중한 ‘나’를 위해.
자존감은 단 한 번의 자극으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책 한 권, 강연 한 편, 멋진 명언 하나로 변하지 않습니다. 작은 루틴을 지켜낸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믿게 됩니다.
제임스 클리어는 말했습니다. “당신의 모든 행동은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한 투표다.”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제안합니다. 가장 작고, 가장 지킬 수 있는 약속 하나를 정해 보세요. 그 약속이, 당신의 자존감을 세워줄지도 모릅니다. 저를 인생의 절망에서 구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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