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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Sep 15. 2018

한탄

만약 어머니의 한탄을 잔소리로 들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그때는 그냥 잠자코 어머니가 쏟아내는 말을 들어드리자.

때때로 "나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있다고!"라며 저항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사춘기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늙어가는 어머니의 잔소리 같은 이야기를 들을 의무가 있다.

우리가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어머니는 하루하루 늙어가시면서도 우리를 위해 쉬지 못하셨다.

그 응어리가 쌓여 하루 정도는 폭발할 날이 있어야 어머니도 숨을 쉬면서 좀 오늘 하루를 보내지 않겠는가.

물론, 종종 어머니의 가시 박힌 말이 나에게 상처를 낼 때도 있고, 어머니의 가슴에도 상처를 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작은 저항이 용서될 수도 있다. 어머니도 자식에게 하고 싶어서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을 테니.

세상을 사는 일은 어렵다.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른이 되는 동안 모진 세상과 싸워야 했던 어머니는 하루하루 더 늙어가고 계신다. 경상도 특유의 불같은 성질을 가지신 어머니의 호된 말이 진절머리가 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꾸하며 싸우기 시작하면 경상도의 말싸움은 계속 목소리를 높이며 험한 말을 하게 된다. 그럴 때는 어머니의 그러한 거친 말투가 세상과 싸우며 날카로워진 탓이라고 생각하면 또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다. 어릴 때는 눈 감고, 귀를 막은 채 잠을 청했다면, 성인이 된 우리는 이제 홀로 술 한 잔을 하며 자신을 달랠 수 있지 않은가.

분명히 어머니 또한 어릴 적 우리가 철없이 굴면서 쏟아낸 소리를 그렇게 넘기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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