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취업한 곳은 어떤 기업 커뮤니티의 홍보팀이었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nn개의 자영업자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같이 배우고 홍보하는 개념이다. 동일 업종 안에서 서로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하고, 지역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커뮤니티 소속의 인근 지역 업체로 연결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소통망인 셈이다. 어쨌든 나는 그곳의 마케터로 취직했다.
일주일차의 후기는 다음과 같다.
전임자가 없어 모든 일을 내가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 하지만 일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건 장점이다. 그리고 다음에 어디 면접에서 '리더형이냐 팔로워형이냐' 물어보면 확실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리더로서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면 하기야 하겠으나 팔로워형이 적성에 맞습니다, 하고.
이어서 쉴 수 없는 게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다. 휴일이 하루는 평일, 하루는 주말로 나뉘어 있어서 이틀 근무, 하루 휴무, 사흘 근무, 하루 휴무 로테이션이다.
내가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이 좀 있다. 이래서 팔로워가 적성인 듯. 일이 좀 손에 익으면 컨디션 관리도, 스케줄 관리도 능숙해지지 않을까?
급여는 아주 박봉은 아닌 정도, 복리후생도 나쁘지 않은 정도.
이야기의 시작에서 말했듯 나는 마음을 콩밭에서 키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에게 직장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악착같이 붙어있어야 하는 곳'보다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는 게 일의 능률에도 좋다. 너무 버티려고 하면 바라는 게 많아지더라. 1년 뒤의 내가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회사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나에게 맞추길 바라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콩밭이 아니라 사람인에 간다. 요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지난 3년간 이런저런 일을 하며 느낀 나만의 진리다.
그래서 퇴사에 대해 고려해 볼 기점들을 하나씩 설정했다.
첫째, 일단 수습기간 종료일.
앞으로 3개월쯤 뒤인데, 수습기간 동안 회사와 나의 궁합을 살펴보고 근속 여부를 선택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
이때까지 업무 체계를 잡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계속 일을 할 만한 환경이 갖춰지는 거고, 혹시 그만둔다고 해도 후임자에게 남겨줄 인수인계 자료가 생기는 거니까.
둘째,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책으로 엮어낼 시점.
크라우드 펀딩에 올려보고 싶은데, 저번에 공동집필로 펀딩을 했을 때에는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옆자리 직원은 들어올 때부터 투잡이라고 하고, 계약서에 겸업금지 조항은 없지만 그래도 사업자를 낼 때 회사와 얘기는 해봐야겠지. 어차피 회사와 이야기해야 할 바가 있는 시점에 퇴사를 같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셋째, 지금 사용하는 업무 노트가 다 차면.
입사 첫날부터 들고 다니는 업무노트가 있다. 그리고 업무 중 발생한 이면지에 타공을 해서 스프링 노트를 하나 만들었다. 이 노트들이 다 차서 새 노트를 하나 가져와야 할 때, 퇴사에 대해 고민해 봐야지.
넷째, 내 포트폴리오 웹페이지가 완성될 때.
웹디자인 자격증 하나 있기 때문에 웹페이지를 만들기까지는 제법 오래 걸릴 것 같다.
다섯째, 인스타와 블로그 둘 다 팔로워/서로이웃이 1000을 넘는 날.
이건 지난해부터 나의 작은 목표였다. 생각보다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가 쉽지 않다.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사주에서는 34살까지는 어느 조직에든 속해 있어야 한다는데, 34살까지 시간이 제법 까마득하다.
오 년이 넘는 시간을 통으로 생각하기보다 중간중간 고민하고 쉬어가는 포인트가 있는 편이 좋겠지. 그러다가 잘 풀리면 진짜 내 일만 하며 살 수도 있는 거고.
독립 4년 차 그리고 입사 일주일차. 역시 직장인은 늘 퇴사를 꿈꾼다.
최근에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를 봤다.
딱 내 숨만큼만 버티다 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어디까지가 내 숨인지 가늠을 잘해야 한다. 잠겨 죽을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