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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25. 2022

나는 셔틀버스다

운전은 처음이라(6)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아직 주차가 익숙하지는 않으니, 주차 연습은 매일 하시면 조금씩 하시면 더 감이 생기 실 것 같아요. 주차에서 첫 사고가 많이 나오거든요. 안전 운전하세요.'


 10시간의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운전 연수를 드디어 마쳤다. 10시간만 하고서 어떻게 용기를 내서 도로를 나갈 수 있을까. 10시간만 더 추가로 하고 싶다는 나의 제안에 운전 선생님은 온화하게 웃으시면서, 10시간을 더 추가한다고 해도 더 이상 이 코스에서는 선생님이 해주실 게 없다고 했다. 지금부터는 자신을 가지고 꾸준히 매일마다 차를 몰면서 그 감을 느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연수 선생님과는 헤어지고 독립을 시작하였다.


 만삭의 몸으로도 운전 연수를 강행한 가장 첫 이유는 아이의 등원을 위한 라이드였다. 그전까지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이사를 하게 되면서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데 집 근처에 걸어서 갈만한 어린이집이 한 곳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5분 거리의 차로 등원을 하게 되면 선택지가 10개로 늘어나는데, 도보 상태에서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도보로 등원하는 어린이집은 그 또한 이미 마감상태였다. 그래서 차로 등원하는 어린이집도 운전연수 코스에 있었다. 이제는 연수 선생님과 같이 가 아니라, 혼자서 아이를 태우고 등원을 해야 하는 것이 나의 독립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내일 등원에 앞서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동안 연수하면서 사용했던 매직으로 쓴 '초보운전'을 쓴 종이를 떼어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깔끔하고 번쩍번쩍한 홀로그램의 '초보운전'스티커를 붙였다. 마치 신장개업을 하며 간판을 새로 단 기분이었다. 장사가 잘 되게 해 주세요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처럼 괜스레 차 주변을 빙빙 돌아봤다. 이렇게 복잡 다단하면서 위험한 물건을 내가 혼자서 몰게 된다는 게 새삼스레 느껴졌다.


 '어서타, 안전벨트 하자.'

 '어? 엄마 오늘은 운전 선생님 안 계셔?'

 '응, 이제 엄마가 운전을 다 배워서 엄마가 혼자 하려고.'

 '와! 엄마가 타요가 되는 거야?'


운전 연수 독립의 첫날,  조금 서둘러서 아이의 등원을 준비했다. 아침에 운전 연수를 시작하면서 어린이집 등원 코스를 같이 했기 때문에, 아이도 그새 운전 선생님에게 적응했나 보다. 엄마가 혼자 운전한다니까, 불안 해할 법도 한데 버스 캐릭터의 만화 주인공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운전하는 걸 들떠하다니. 들뜬 아이의 목소리에 조금은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게 되었다. 그래, 나는 오늘 셔틀버스가 되는 것이다. 셔틀버스처럼 천천히 정해진 코스를 돌고 오면 되는 것이다. 왕복으로 해도 10분 남짓의 짧은 거리지만, 혼자서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게다가 가는 거리들이 죄다 어린이 보호구역이어서, 속도를 내지는 않아도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들이나 무단 횡단하는 바이크나 오토바이들이 가장 무서운 요소였다.


 '하던 대로만 하자'

심호흡을 하고 출발했다. 무난하게 출발하면서 정해진 코스로 달리면 되는 등원 코스여서, 달리다 보니 돌발상황 없이 아는 코스로 나오게 되니 움츠렸던 어깨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신호가 몇 번인지, 차선을 이후에 바꿔야 되니까 지금부터는 1차선으로 먼저 가고 있어야지라고 머릿속으로 계산한 게 몇 번이었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도로의 차량들에 같이 합류되어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차로만 보게 되면, 차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는 게 새삼스레 걱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오늘 나온 초보운전인 나도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차들 속에서는 '초보운전'이라는 딱지 외에는 나의 운전경력이나 내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것인지 매끈하고 차갑고 딱딱한 차 속에는 보이지 않다니.


 운전자가 아니었을 때의 나는 운전자들은 다들 운전을 어느 정도 잘하기 때문에 모두가 나와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련히 알아서 운전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내가 이렇게 운전을 하게 되면서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횡단보도에 대기하고 있을 때에 꼭 노란 줄 뒤로 도로에서 멀찍이 서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바로 건너야 되니까 도로 근처의 기둥 옆에 서있거나 했다. 하지만 내가 운전 연습을 하면서 보니, 코너의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동네마다 코너의 간격이 좁거나 넓은 곳도 있었다. 그래서 보도블록 끝쪽에 걸쳐서 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끝 쪽에서 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했다. 운전이 미숙하거나, 자칫 실수하면 다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이랑 같이 있을 때는 꼭 노란 선 뒤에 선에서 멀찍이 서있도록 얘기한다.


 '엄마, 이 기둥 뒤에만 서있으면 돼. 다른 사람들도 여기 서있는데?'

 '아냐.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엄마처럼 운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고, 실수하는 사람도 있어.

그렇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자리에서 우리는 신호 바뀌는 걸 기다리자.'


 엄마가 초보운전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아는 아이여서인지,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이 규칙을 꽤나 잘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밖에 나가서 친구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 엄마처럼 초보운전인 사람들이 있어서, 여기 안에서 기다려야 돼'


 이렇게 얘기하고 다녀서 내가 초보운전이라는 게 온 동네 사람이 다 듣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엄마가 운전을 시작하고, 초보운전이라는 게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엄마가 타요가 되었다며 뒷좌석에서 해맑게 타요 노래를 부르는 모습처럼 말이다.


 중간에 버스정류장 차선을 타게 되어서, 버스가 잠시 멈췄을 때 차선 변경을 못하게 되어서 당황스러웠던 구간이 있었다. 하지만 차선을 바꾸려니 쌩쌩 들어오는 차들 사이에서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승객들을 다 태우고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렸다. 뒤에서는 조금 답답할 수 있지만, 나는 오늘 셔틀버스니까라는 생각으로 안전함을 택했다. 그 이후로는 다른 돌발상황 없이 무사히 어린이집에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주차의 고난도가 있어서 10분 정도 더 지체되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일찍 출발했으니 마음 편하게 열심히 들어갔다 나왔다를 하며 주차를 했다.

주차를 좀 오래 하다 보니, 아이가 아빠랑 다르게 너무 오랫동안 주차하니까 약간 당황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주차에 성공하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엄마 타요 최고!'


문 앞에서 드디어 아주 활짝 웃으면서 엄마 타요 최고라고 외쳐주는 아이를 보니,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고, 뿌듯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새로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그것을 운전으로 배워나가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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