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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Nov 23. 2022

다시 운전대를 잡기까지

운전은 처음이라(8)

 자고 일어나면 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는 첫사랑과의 이별의 아픔처럼 , 나의 첫 접촉사고는 매일 아침 잊고 싶은 기억과 좌절감으로 찾아온다. 보험 할증 처리를 최고 범위로 올린다는 안내 전화와 함께, 1년 무사고면 다시 내려가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보험회사의 위로를 받았다. 1년 동안 무사고가 되려면, 1년간 운전을 하면 안 되겠다고 회피하게 되었다. 이런 공간에서도 사고가 나는 거면, 나는 이제 여기에서 더 움직일 수가 없겠구나.


  1년 무사고를 위해서 나는 다시 장롱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의 사고소식을 들은 육아 동지들의 위로의 카톡이 쏟아졌다. 다들 베스트 드라이버였지만, 한 때는 있었던 초보시절의 어이없는 사고를 영웅담처럼 이야기해 주었다. 가만히 있는 마트의 기둥을 박은 이야기, 바퀴 휠은 늘 한 일의 한자가 그어져 있다는 이야기, 지금 차가 3번째 차라는 이야기 등등 베스트 드라이버로 천성으로 운전을 잘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과거의 영웅담은 생각보다 화려했다. 그런 영웅담을 안주거리 삼아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이야기의 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고 나서 안 움직이면, 앞으로 계속 못 움직여. 운전대를 아예 잡지 못한다니까.”


 정말 그날 이후로는 운전대를 잡지도 않았다. 잡고 나서 움직여도 주변에 작은 소리만 들려도 혹시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멈칫거리게 되었으니까.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자, 이별의 아픔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치유가 되듯 다시 운전대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지난 주말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며, 자전거 타서 넘어지는 걸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걸 무서워하면, 달리는 걸 즐길 수 없어. 잘 넘어지는 방법을 알면 되는 거야. 그럼 넘어져도 덜 다치게 되면 더 잘 달리는 방법을 찾게 되거든’     


 내가 아이에게 한 말인데, 결국 나도 아이처럼 넘어지는 걸 무서워하고 있었던 거구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자전거를 못 탄다. 어릴 때 무서워서 못 탄다고 해서, 아직도 못 타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지금 배우면 앞으로도 계속 탈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나도 그때의 6살 아이가 아니다. 이제 37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못한다고 안 하기보다, 그래도 끝까지 해내는 엄마가 되고 싶다. 다시 아이의 타요버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엄마, 엄마 타요 다시 하는 거야?’

‘응, 엄마가 저번에 사고가 나서 차가 다쳤잖아. 그래서 좀 무서워서 안 했었어.’

‘우리 선생님이 그랬어. 안 되는 거는 될 때까지 해보면 된데. 그게 노력이래. 엄마는 노력하고 있는 거구나!’     

 그렇게 다시 엄마 타요가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노력을 보여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되듯이, 좌절은 노력으로 치유하고 노력은 도전으로 바꿔보며 다시 운전대를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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