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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05. 2023

주유구와의 전쟁

운전은 처음이라(14)

 유난히 날씨가 좋은 가을날이다. 아이들과 하원을 하고 이렇게 좋은 날씨를 만끽하고 싶어 져서 오늘은 조금 욕심을 부려본다. 집 앞 놀이터가 아닌, 차로 10분 정도 가면 더 큰 숲 속 놀이터가 있다고 하는데, 숲 속 놀이터에서 놀기에 너무 좋은 날씨다. 그리고 가는 길에 맥드라이브로 감자튀김과 셰이크까지 같이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꿈 꾸던 자차 운전 가능한 엄마의 로망이 완성될 것 같다. 

 "얘들아, 우리 오늘은 간식 가지고 다른 놀이터로 놀러 가볼까?"

 "좋아요!! 저는 밀크셰이크 먹을래요!"


 부푼 마음을 안고 1차 목적지인 맥드라이브로 향했다. 맥드라이브를 들어가는 길은 늘 떨린다. 하지만 차에서 주문을 하고 받아보는 것만으로도 운전 레벨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서 그 기분에 가는 것도 있다. 맥드라이브를 들어갈 때에는 브레이크 조정을 예민하게 해야 한다. 차간 간격이 좁기도 하고, 맥드라이브의 코스상 좁은 폭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 같은 브레이크 초보자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처음에 운전면허를 땄었던 20살 때에는 패기 있게 1종으로 땄었다. 그래서 기어 변속이 어렵긴 해도, 오히려 기어 변속에 익숙해진 운전을 배웠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운전을 하는 요즘은 어떤가. 오토라니, 브레이크만 뗐다 밟았다 하면 간다는 기능은 나에게는 무서운 기능이었다. 기어 변속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1단은 아무리 밟아도 30킬로 이하, 2단은 아무리 밟아도 50킬로 이하와 같은 변속 기능은 어떻게 보면 안전장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토는 내가 브레이크를 밟는 대로 속도가 멈추고 엑셀은 밟는 대로 나간다니. D하나만으로 나의 발을 믿기에는 나는 아직 나의 발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쌓여있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도 횟수를 높이면서 나의 발에 대한 신뢰를 많이 쌓아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주문하는 곳이다. 


 "감자튀김 라지 하나랑, 밀크셰이크 2개 주세요"

 "네, 이동해 주세요."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를 받으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뒷좌석으로 건넸다. 뭔가 어른이 된 기분이랄까. 어릴 적 아빠가 운전석에서 주유소에서 받은 음료수를 나에게 줄 때의 그 여유랄가, 남자친구가 뒤로 후진할 때 조수석 헤드에 팔을 걸치는 것 같은 어른미의 설렘이랄까 그런 기분이 있다. 룰루랄라 기분 좋게 놀이터로 가는 길에 그만 깜빡깜빡 경고등이 뜬다. 기름이 없다는 경고등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남편이 차를 쓸 때 기름을 넣기 때문에, 주유소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럴 수가 남은 키로수가 30km 정도 남아있다고는 뜨는데, 이게 얼마나 갈 수 있는 양인지를 모르겠다. 일단 놀이터로 가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이제 키로수가 25km로 뜬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간식을 먹고 재미있게 노는 동안, 나의 마음은 차 기름으로 가득했다. 주유소를 가야 되나, 가다가 차가 멈추면 어떻게 하지. 남편한테 톡으로 보내니 집에 가는 데 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다고, 정 신경 쓰이면 가는 길에 집 앞에 주유소로 가서 넣으라고 했다. 주유구가 어디 있는지 유튜브로 찾아보고, 기름 넣는 곳을 보는데 셀프 주유소는 무서워졌다. 그렇게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동안 기름 넣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두둥, 가는 길에 셀프 주유소가 아닌 기름을 넣어주는 주유소로 갔다. 주유구를 열어달라는 말을 할 때에 유튜브에서 시킨 대로 주유구를 열었다. 그런데 주유구가 열리지 않는다고 아저씨가 창문을 내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창문이 왜 안 내려가는지, 당황에 당황을 거듭해서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도 창문이 안 내려갔다. 아저씨가 답답해서 차 문을 열고, 주유구 열어달라고 얘기하고, 내가 내려서 주유구를 열고 계산을 하고 했다. 


"아니, 여기 조수석 쪽이 창문이 안 내려가요?"

"아, 네,, 창문이 고장 나서요, 죄송해요."


차마 창문을 못 열어서 그렇다고는 말을 못 했다. 차라리 고장 난 채로 가는 게 낫겠지... 비록 셀프주유소 보다 200원이나 비싼 기름을 넣었지만, 혼자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첫 기록이다. 가을 하늘은 정작 제대로 보지도 못한 야심 찬 드라이버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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