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보다 먼저 봄을 보고 싶어
삐죽 얼굴을 내밀어본다
아직은 아닌가
봄비라고 하지만
아직은 찬기가 가득한데
여린 온 몸으로 찬기를 맞아버린다
그러게 무얼 그리 서둘렀나
그 얇은 꽃으로 어찌 봄서리를 견디려구
활짝 폈던 꽃망울들이
머슥해지면서
툭툭 눈발처럼 날린다
아직은 봄이 아닌가봐
이럴 바에 눈이 되어버리자
피어난지 몇일 되지 않아
땅으로 내려가는 것도 억울한데
가는 길에 조금 더 세상을 보자
이왕지사 봄을 보겠다고 채비해서 나왔으니
바람을 타고 옆으로 날라가 보자
햇살 조금 더 머금어보고 내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