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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루틴이 나를 살린다

“루틴이요. 그거 없으면 멘탈 터집니다.”

by 하룰

5화. 하루 루틴이 나를 살린다

누군가 내게 ‘육아의 비결’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루틴이요. 그거 없으면 멘탈 터집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첫 주,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아침은 뒤죽박죽, 밥 시간은 제각각,
설거지와 빨래는 산처럼 쌓여 있었고
아이의 “아빠아빠아빠!”는
하루 종일 BGM처럼 이어졌다.

그 와중에 나는
잠깐이라도 정신을 붙잡을 방법이 필요했다.
그게 루틴의 시작이었다.




아침 스트레칭 3분

첫날은 겨우 두 번 허리를 굽히고 포기했다.
아이의 장난감 자동차를 밟아 발바닥을 붙잡고
“아, 망했다…”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딱 3분만 몸을 움직여도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칭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일기쓰기 5줄

처음엔 피곤해서 한 줄도 쓰기 힘들었는데
하루는 아이가 낮잠 잘 때
짧게라도 몇 줄을 적어봤다.

“오늘도 힘들었음.”
“근데 아이가 웃음.”
“내 체력은 왜 이 모양.”
“그래도 산다.”
“살아낸다.”

이 다섯 줄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적어보면 하루가 정리되고
정리되면 감정이 가볍고
가벼우면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혼자 마시는 커피 7분

어느 날, 아이가 그림 그리기에 집중한 틈을 타
식탁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내와도, 직장 동료와도 아닌,
오랜만에 ‘나 혼자’ 마시는 커피였다.

딱 7분.
그 시간은 묘하게 나를 되돌려 놓았다.

“그래, 오늘도 버틸 수 있겠다.”
이 확신이 커피보다 진하게 스며들었다.




루틴이 주는 ‘심리적 안전지대’

육아는 예측이 없다.
아이의 컨디션, 식사, 기분, 기상시간…
어떤 것도 일정하지 않고
그래서 늘 나는 휘청거렸다.

그럴수록 루틴은
내가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하는
작은 닻 같은 존재였다.

아침 스트레칭 3분.
일기 5줄.
혼자 커피 7분.

이렇게 쌓인 몇 분들이
하루를 정리하고
감정을 진정시키고
‘나’라는 사람을 다시 세우는 힘이 됐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아빠로 살면서도, 남편으로 살면서도 결국
나를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구나.”

루틴은 단지 일정 관리가 아니었다.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작고 단단한 심리적 안전지대였다.



오늘의 루틴: 스트레칭 3분, 일기 5줄, 커피 7분


오늘의 감정: 혼란 → 안정


오늘의 문장: “루틴은 나를 구하는 가장 작은 구조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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