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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이 올 때, 나를 붙잡는 법

불안과 두려움의 파도. 작은 호흡으로 버티는 회복의 순간들

by 하룰

갑자기 숨이 짧아지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
육아휴직을 하면서 뜻밖의 순간에
패닉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었다.


아이의 울음
할 일을 끝내지 못했다는 압박
아내와의 작은 갈등


그리고 “나는 왜 이것도 힘들까”라는
알 수 없는 죄책감까지.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나는 잠깐 멈춰 서게 된다.


예상치 못한 순간의 파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정리하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 왔다.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가 쭉 빠지는 느낌과
울컥 올라오는 공포.
‘아… 또 온다.’


나는 창문을 살짝 열어
찬 공기를 들이마신 뒤
식탁 의자에 앉았다.
“지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작게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때 아들이 문득 다가와
초코우유를 흔들며 말했다.
“아빠 이거 까줘!”


그 작은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다시 데려왔다.


육아는 종종
내 정신 상태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여기에 머물게 하는 힘’이
또 아이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불안을 가라앉히는 아주 작은 루틴

패닉은 거창하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단한 의지나 기술도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작은 단 하나였다.


호흡
그저 숨 쉬기


나는 4초 들이마시고
4초 멈추고
6초 내쉬는 호흡을 반복했다.


그걸 세 번 하고 나면
생각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휘둘러 삼키려던 파도가
조금 잠잠해졌다.


작은 호흡이
나를 다시 현실에 묶어 두는 닻이 되었다.


아빠의 불안은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남자로서, 아빠로서
“불안하다”고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강해야 할 것 같아서?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흔들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여서?


육아휴직을 하면서 깨달았다.
아빠도 흔들린다.
아빠도 무섭고 불안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불안이 조금씩 옅어진다.


다시, 하루를 살아낼 용기

그날 저녁, 아이가 내 무릎 위에 올라와
자기 일기를 읽어주었다.


“오늘 학교에서 슬펐어. 그런데 기분 좋아졌어.”


나는 그 문장을 들으며
내 마음에도 똑같이 적었다.


오늘 슬펐지만, 괜찮아졌다.
불안이 와도
나는 오늘을 다시 살아낼 수 있겠다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패닉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변했다.
두려움이 올 때마다
작게 숨을 쉬고
천천히 나를 붙잡는 법을 배웠다.


오늘의 루틴: 4-4-6 호흡 3회, 찬물 한 컵, 아이와 10초 포옹

오늘의 감정: 두려움 → 안정

오늘의 문장: “불안이 와도 괜찮다. 나는 나를 다시 붙잡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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