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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이름의 숙제

두사람의 팀

by 하룰

4화. 남편이라는 이름의 숙제


육아휴직을 시작하고부터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좋은 일일 줄 알았다.
그러나 묘하게, 기대와는 달랐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소했던 것들이 자꾸 부딪혔다.
설거지 방식, 걸레 짜는 힘, 정리하는 순서,
아이 재우는 타이밍까지.


아내는 “당신은 좀 느긋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고,
나는 속으로
‘내가 느긋하면 당신이 더 조급해하잖아…’
하고 되받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이상했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건 분명했는데
같이 있는 건 가끔 더 어려웠다.

어느 날은
말을 꺼내는 것조차 피곤해서
아내와 하루 종일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이와 놀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는 동안
우리 사이엔 조용한 공기가 자리 잡았다.
싸운 것도 아닌데
둘 다 조금씩 지쳐 있었다.


그날 밤
아내가 먼저 내게 말했다.


“당신도 힘들지?”


그 한마디에
마치 굳어 있던 어깨가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서로 탓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상황을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던 거였다.


그 이후로
나는 아내의 말투를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말들 뒤에는
피곤함, 걱정, 책임감이 얇게 깔려 있었다.
아내도 나처럼 하루를 버티고 있었고
나도 아내처럼 서툴고 지쳐 있었다.


남편이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완성된 역할이 아니었다.
더 잘하려고 몸을 한 번 더 기울이고
말 한마디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바꾸어 보고,
그렇게 매일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평생 숙제 같은 것이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아내와 둘이 마주 앉아 조용히 차를 마셨다.
대화 10분.
그리고 대화보다 더 큰 위로를 주는 침묵 5분.
말이 없는데도
서로의 마음이 조금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가 끝나갈 때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려고 계속 애쓰는
두 사람의 팀이라고.



오늘의 루틴: 대화 10분, 침묵 5분
오늘의 감정: 서운함 → 이해
오늘의 문장: “부부는 같은 방향을 보려고 애쓰는 두 사람의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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