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움직이는데, 나만 멈춰 있는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었는데, 이상하게 외로웠다.
하루 종일 누군가와 대화했지만, 정작 내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세상은 움직이는데, 나만 정지된 기분이다.
아침부터 전쟁이었다.
우유 쏟고, 양말 뒤집히고, 반찬통 뚜껑이 안 닫혔다.
그 와중에 회사 단톡방에 “오늘 일정업무관련 공유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순간, 이상하게 심장이 쿵 했다.
이제 나는 그 회의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낯설게 다가왔다.
‘그래, 지금은 쉬는 중이잖아~. 육아휴직이니까~.’
스스로 몇 번을 되뇌었다.
그런데 이 ‘쉼’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점점 나를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점심때쯤, 거실에 햇살이 스며들었다.
아이와 블록을 쌓으며 웃고 있는데 문득 창밖이 눈에 들어왔다.
출근길의 사람들, 배달 오토바이, 골목을 청소하는 경비아저씨.
모두가 각자의 일을 하는데,
나만 이 집 안에서 ‘멈춘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누구지?’
‘아빠’라는 이름 말고, 다른 이름은 없을까?
노트북을 켜서 SNS를 열어봤지만
회사 동료들의 글은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내가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가 있고
그곳의 공기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이의 웃음소리도, TV의 소음도
모두 배경음처럼 희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하루를 버티는 사람만 같았다.
퇴근이라는 끝도, 성취라는 보상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내 존재는 희미해지고 있었다.
저녁에 아내가 돌아왔다.
“오늘 하루 어땠어?”
그 말에 한참을 머뭇거렸다.
“괜찮았~었지~.”
짧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은 복잡했다.
사실 괜찮지 않았다.
사람이 그리웠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오늘 하루 수고했어~’ 한마디 해주는 누군가가.
밤이 깊어가고 아이가 잠든 후
거실에 앉아 조용히 늦은시간 카페인 가득든 드립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었지만
이 시간에야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했다.
고요 속에서 생각했다.
‘외로움’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잃어버렸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구나하고 생갇에 잠긴다.
오늘의 루틴: 아이 낮잠 시간, 내 마음 들여다보기 10분
오늘의 감정: 따뜻함 속의 공허
오늘의 문장: “세상과 단절된 하루였지만, 나와 연결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