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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akonohime Jun 03. 2020

26. 아빠, 사랑해요.

아빠와의 이별

2020년 2월 5일 (수)


아침 8시경 초로의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분이 장례식장에 오셨다. 아빠가 오래 동안 근무했던 회사의 회장님 아드님이라고 하셨다. 아빠가 그분의 학창 시절 동안 그리고 그분의 결혼 후 아이들이 크는 동안에도 차를 운전해 주셨다고 한다. 연락을 늦게 받아 지금에야 왔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찾아 주시는 그 마음이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오전에 아침을 먹고 상조 회사, 장례식장 내 매점, 식당과 정산을 마친다. 남은 용품 중 집에서 사용 가능한 것들은 따로 챙기고, 나머지는 장례식장에 남겨 두었다. 음식은 많이 남았지만 모두 장례식장에 남겨 두었다.

화장이 3시경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발인이 1시에 시작되었다. 영정 사진은 외손자인 민준이가 들기로 하고, 운구는 큰집 사촌 오빠들과 이모부들이 도움을 주셨다. 관이 영구차에 실리고, 영정 사진을 든 민준이가 리무진의 앞 좌석에, 엄마와 내가 뒷 좌석에 앉았다. 차에 앉고 보니 이제 실감이 좀 나려는 건지 눈물이 하염없이 앞을 가린다. 나머지 가까운 식구들은 직접 차를 운전하거나 상조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 시립 승화원으로 함께 이동했다.

서울 시립 승화원에 도착한 후 상조 회사 팀장님과 나는 접수를 한다. 화장 비용 12만 원과 화장 증명서 2통에 대한 800원을 지불한다. 아빠의 가는 길이 너무 소박한 것 같아 또 마음이 아팠다.

장지 도착 시간이 늦어질 것이기에 출출하신 분들을 위해 지하 식당에서 식권을 구입해 나누어 드리지만 별로 드시고 싶어 하시는 분이 없었다. 아직 예약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는 아직 차에 계시고 우리는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영정 사진을 들고 이동하는 행렬들을 보고 있자니 젊어서 돌아가신 분들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화장 시작 시간 20분 전 모두들 밖으로 나갔고 운구가 시작되었다. 아빠가 작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고, 우리는 다시 2층 대기실로 올라왔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 대기실 TV 화면이 화장이 완료되었음을 알려 주었고, 우리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유골이 수습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치 공장 같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 아빠의 유골은 유골함에 담겨 동생에게 전해졌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 광릉에 있는 추모 공원으로 향했다. 아빠의 흔적이라곤 이제 작은 유골함에 담긴 유골뿐이라는 사실에 버스 안에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차로 1시간 30분쯤 지나 추모 공원에 도착했다. 우리가 어제 보았던 그 장소가 유골함을 넣을 수 있도록 오픈이 되어 있었다. 올 겨울은 대체로 따뜻했다고 하는데, 어제 밤 사이 눈이 와서 쌓여 있었고, 오늘 날씨도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해서 마음이 더욱 착잡했다.

“엄마, 여기 엄마 마음에 들어?”

엄마는 처음 와서 보는 거라 엄마의 마음이 궁금했다.

“응. 앞이 탁 트이고 좋은 것 같네.”

엄마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안심은 되었다.

유골함을 땅에 넣은 다음 석물을 올려 봉하고, 아빠가 병상에서 그나마 드셨던 딸기와 기타 제사 음식을 간소하게 차린 후 상주인 동생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술과 절을 올리고 장례식을 마치고 내려왔다.


“지혜야, 너랑 신랑이랑 고생 많이 했다.”

“아니야. 오빠가 도와줘서 큰 힘이 됐어. 정말 고마워. 내가 나중에 청주에 한번 찾아갈게.”

“그래, 앞으로 얼굴 좀 자주 보면서 살자. 안 보면 멀어져.”

“그래. 곧 한국에 돌아오니까 앞으로 자주 봐.”

큰집 식구들은 추모 공원에서 바로 내려가시고, 우리는 외갓집 식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리니 7시 30분 경이되어 주변 곰탕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헤어진다.

“이모, 이모부,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삼촌도 고마워.”

“한 서방이 고생 많았어. 앞으로 지혜 네가 엄마 잘 챙겨야지.”

“예. 그래야죠.”

엄마네 집으로 가서 짐을 내리고 우리는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길지는 않았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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