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꽃을 피우리-황새냉이
물큰 스치는 들꽃 냄새, 그윽하고 슬픈 듯한 고운 얼굴, 순수하고 가식이 없는 여자. 소화
돈을 밝히는 술도가집 정가네 아들로 심성 곱고 수려한 외모의 똑똑한 청년 하섭.
어린 소화와 하섭은 처음 봤을 때부터 서로를 눈에 담았다. 하섭의 할아버지 49제 굿판이 벌어진 그날 소화는 엄마를 따라왔다 마당에서 채송화를 구경하던 중 소년 하섭을 만났다. 하섭은 황금빛으로 익은 비파 2개를 내밀었다. 소년은 황금빛 비파 2개를 선물하고자 했고 소녀는 부끄럽고 고마운 마음을 어쩌지 못해 비파 하나만 갖고자 했다. 둘은 웃으며 비파 하나씩 나눠 먹었다.
"니같이 이쁜 애가 워째 무당딸이 됐는지 모르겠다."
바람에 휩쓸리는 꽃밭의 어지러움 속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말했다.
소화는 무당 딸이었다.
소화와 하섭은 어른이 되어 기차에서 스치듯 만났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하섭과 내림굿을 받아 정식 무당이 된 소화. 달리는 기차 통로에 말없이 선 두 사람 사이를 격하게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소화가 부여잡은 치맛깃을 흔들고 하섭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부잣집 아들과 무당딸은 기차 레일의 평생선처럼 서로 만날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하섭은 바람에 휩쓸리는 꽃밭의 어지러움 속 소녀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얀 꽃, 마음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소화에게 빠져든다.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애닮음이야 하섭에게 비할 것인가. 사랑에 빠진 소화와 하섭은 끝없이 이어진 철로의 평행선을 내려 손을 잡았다. 월하노인이 묶어준 인연의 실은 개인의 힘으로 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 독서 모임에서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읽고 있다. 해방 후 세계정세 수레바퀴에 끼인 대한민국은 혼돈의 시대로 분열되어 민족분단의 비극으로 치닫는다.
황새냉이의 꽃말은 사랑에 빠지다
나꽃피 2월 첫째 주 꽃말을 보는데 '사랑에 빠지다'는 문장이 가슴을 건드린다. 색이 바랜 옛 어느 애닮은 연인의 이야기가 황새냉이 꽃 속에 떠올랐다. 태백산맥 인물 중 가장 아름다운 인물인 소화와 하섭, 무당과 부잣집 도련님과의 관계와 출생의 얽힘까지 둘의 기구한 운명을 비웃 듯 소화와 하섭은 둘만 바라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섭의 입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때 소화는 꿈을 꾸는 듯 하다. 하섭은 소화를 떠올리면 들꽃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내 그림에서만이라도 서로만 바라보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손잡고 꽃구경도 다니고 시장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데이트도 했으면 좋겠다. 소화와 하섭에게 연인의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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