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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사투리

사투리는 내 운명

by 작가 문미영

결혼 전까지 20년 넘게 부산, 울산, 포항에 살며 경상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4년 전에, 신랑의 회사 발령 때문에 대전에 오게 되었다.

그런 내가 대전에 와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대전 사람 아니죠? 말투가 이쪽 지역 사람은 아닌데?” 그럴 때마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맞아요. 제 고향은 포항입니다.”

그럼 열에 아홉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 나 포항 가본적 있는데, 죽도 시장 하고 그 뭐지.. 손 이렇게 되어 있는 바다..

호미곶인가? 포항 물회랑 과메기 맛있어요.”

마치 내가 경상도라는 외국에서 온 외국인 같은 반응이 재미있다.


대전에는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대전에서 경상도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선 구미 그리고 대구 출신이 있었다.

경상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 빨리 친해지고 편해지는 건 사실이다.


최근에 나는 살을 좀 빼서 건강한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점핑 다이어트를 등록했다. 다이어트 코치님께서 “어머, 대전 사람이 아니신가 보네요. 사투리 쓰는 사람들 좋아요. ” 하며 호응을 해주셨다. 나는 어쩔 땐 “ 포항 사람 치곤 사투리 많이 안 쓰시는 거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면 “아, 저 친해지면 사투리 많이 써요. 그리고 억양은 사투리 억양이라 잘 안 고쳐지네요 하하하”라고 대답한다. 또 다른 분들은 “ 포항 사람인데 약간 사투리가 포항 보다는 약간 부산이나 대구 쪽 같은데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시는 분이 계신다.

그럴 때면 또 나는 “ 아 부모님이 부산 분이셔서 부산 사투리가 섞여있어서 그래요.” 그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아~어쩐지 .. 좀 다르게 들렸어요.”라고 하신다.


웃긴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정부 영어장학생으로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수업 통역으로 원어민 강사와 함께 일했던 적이 있다. 그 강사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의 오빠였고, 영국 출신이었다. 나는 영국 영어와 영국 사람에 조금 관심이 있던 터라 친해지고 싶었다. 주 3일 정도는 얼굴을 보다 보니 정이 들었던 것일까. 아시아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그 남자는 나에게 고백을 해왔고, 연애를 1년 정도 하였다. 특이한 건, 전 남자친구는 그렇게 “오빠”라는 소리를 좋아했다. 나보고 ‘오빠야“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내가 오빠야라고 불러줄 때마다 그렇게 좋아했다. 근데 반전인 건, 나는 그전까지 오빠들한테 ”오빠야“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사투리를 쓰는 나의 말투가 단점처럼 느껴졌다. 아니 사투리라기보다는 억양이나 말투가..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혹시 화나셨어요? ” 혹은 “기분 나쁜 일이 있어요?.”라는 오해도 받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목소리도 큰 편이고 원래 경상도 사람들의 말투가 그렇게 들릴 수도 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영어나 일본어를 배울 때도 나도 모르게 경상도 억양으로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투리를 쓰는 나를 친근하거나 좋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감사하기도 하고 덕분에 나의 콤플렉스가 조금씩 극복되고 있는 중이다.

친해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 "뭐하노? 밥은 뭇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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