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이에. 잠깐! 문장을 완성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자. 그래, 난 중년이다. 나이로 보자면 중년이다. 나이를 중요시하는 이 한국사회에서 입버릇처럼 등장하는 구절이 있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다니! 중년의 나이에 그런 일을 해야하나?, 중년이 되어서 그러면 안되지”등등. 이렇듯 중년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면 주목을 받아야 하는 나이이고, 현재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감탄을 받아야 마땅할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런 중년인 내가 오늘 강남 한복판에서 춤을 추었다. 중년이어서 이런 일을 새삼스레 언급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일을 언급하려하니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써지는 말이 ‘중년’이었다.
나이때문에 겪은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린 것이 어른을 공경해야지!”, “나이가 어리면 다니?”부터 “그 나이가 되면 보통 이런 이런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린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겠습니까”까지, 뭐든 나이로 이야기가 이어졌던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가슴이 조여오는 답답함에서 벗어나려 애쓰곤 했다. 직선으로 날아오는 칼날은 내 가슴에 비수로 꽃히곤 했었다. 나는 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들을 견딜 수 없었는데, 그런 나에게서 오늘 마치 언제 그런 비수를 생각이나 한듯, 꺼리낌없이 ‘중년의 나이에’로 오늘의 글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말인 즉슨 나도 나이를 언급한 그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나는 스스로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판단하고 살고 있었다.
문장을 마무리하자면 이런 식이다. “중년의 나이에, 나는 오늘 강남 한복판에서 춤을 추었다.” 이 대목에서 이미 여러 키워드가 보인다. 중년, 나이, 강남, 춤… 여러 키워드 중 '중년'과 '춤'이 마지막 결승에서 남았는데, 둘 중 하나가 진짜 내 무의식 속에 있는 무언인가 중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동안 말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확실한 건, 강남 한복판에서 춤을 출 수 있었던 것! 새로운 도전이었고, 도전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