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친구가 손을 흔듭니다. 1년 만입니다. 약속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렸나봅니다. 남산이 이렇습니다. 산이다보니 정확한 주소가 나오지 않습니다. 남산 밑, 케이블카 타는 곳이라는 지명은 없습니다. 최첨단 시대에 이상합니다. 택시기사분이 그 언저리 부근에 내려주었는데, 다행히 근처입니다. 지형을 알고 만나는 포인트로 올라오며 카카오톡 보이스 콜을 합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서로를 찾습니다. 나는 위에서, 친구는 아래에서 옵니다. 친구같은 사람이 보입니다. 손을 흔드니, 손으로 맞이합니다. 친구가 맞습니다.
“오늘은 울지않기!”
친구와 약속했습니다.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니 나도 난감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습니다. 멀리 친구를 보는데, 왜 눈물이 날까요? 마치 뇌가 고장난 사람처럼 그랬습니다. 울지 말자고 아무리 뇌에게 신호를 보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럴수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으니까요. 감정은 옅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정말 울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반가워서 서로 얼싸안고 난립니다. 나를 안은 친구의 품이 따듯합니다. 순간 눈물이 터져나옵니다. 울지 않으려도 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나는 분명히 반가워서 웃고 있었는데 말이죠. 당황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손이 분주합니다. 친구가 그럽니다.
“Why are crying ? We promised M.”
“Don’t know. Really, don’t know why.”
나는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다며, 내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느낍니다.
“It’s Okay M. You need that. Let it be.”
울지 않기로 했는데...
친구는 정리를 해줍니다.
“It’s because I know your story.” 본인이 내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라고 합니다.
네, 그 말이 맞습니다. 한마디 말이 없어도 나를 아는 사람.
눈물이 나는 이유입니다.
내 이야기를 아는 친구의 눈빛과 따듯한 품이 그렇게 했습니다.
기억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이에게는 잠시 스쳐야할 공사장이나 길가의 돌부리같은 기억일 수 있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습니다. 연약해지고 쉽지 않습니다. 잘 되지 않습니다. 저항하면 강해진다니, 내버려 두었는데, 여전히 힘이 센가봅니다, 내 안의 기억은.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스르르 감정을 정리하고 즐겁게 대화를 나눕니다. 1년은 길고 긴 시간이라, 함축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 일어나는 세계정세, 한국의 상황, 캐나다의 상황, 가족 이야기, 단체이야기, 봄이야기, 그리고 과거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이어갑니다. 다른 소재로 전환될 수 있 수 있는 틈이 생기고, 이제는 넘어갈 수 있겠다 싶은 지점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많은 이야기를 한 번의 만남으로 이어가기는 역부족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충실합니다. 예의와 존중은 그런 것이니까요. 사람과의 이야기는 그런 것 같습니다. 잇고 엮어가는 이야기 속에 예의와 존중, 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