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youvely Oct 05. 2021

퇴사의 시발점

언제 입사하셨어요?


퇴사를 굳게 다짐했던 그날.

퇴사를 했어야 했다.

퇴사를.

남 자는 도 내 옆에 네가 있다.

조용히 맡은 일은 하는 실적이 보통인 직원이었다. 대리 진급 발표가 예정된 그날. 이번에 승진되는 인원이 적다는 소식통으로 기대가 없었다.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눈앞에 펼쳐졌다. 동기들 중 나를 포함한 4명을 제외하고 승진이 된 것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충격에 휩싸였다. 팀장님께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다가와 위로를 건냈다. 이른 사회생활로 무엇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라는 말을 내뱉고 있는 냉소적인 태도에 팀장님은 이내 사라졌다.





일만 하면 안 되는 이유.



시간이 지나 진급 대상자에서 제외된 사유를 전해 들었다. 다시 생각해도 화가 치솟으니 숨을 가다듬고 말하자면 20대 후반 남자후배를 승진시켜야 했기에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실적이 나보다 좋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일만 하는 소였던 나와 달리 그분은 사회생활을 잘하는 분이었다는 차이가 가져온 결과였다.  서럽고 눈물이 나도 돌이킬 수 없으니 삼키는 수밖에. 일이 많은 날도 내일의 나에게 던지고 퇴근을 하며 소심한 반항은 거듭하다 일주일 만에 막을 내린다. 내년에도 안되면 그만두자라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단 최고의 실적을 결과물로 보여주자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일년이란 시간이 이리도 길었는가. 내년에도 대리를 달지 못하면 어떡하지,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는 걸까라며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겨냥했다. 이것밖에 못해? 그래서 진급 못한 거야 또 누락되고 싶어?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찼다. 일에 집중하라는 계시인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업무량 사이에서 허덕이며 점심은 빵으로. 저녁은 인스턴트로. 퇴근은 평균 10시에서 11시 청소해주시는 선생님들의 응원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처음 뵙겠습니다.


1년간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결과인 넘사벽 1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원하던 대리 진급을 할 수 있었다. 업적 포상식에서 비로소 체감했다. 기쁨도 잠시 수상자들과 대화 도중 현타가 찾아왔다. 쥐 죽은 듯이 일만 했으니, 타 부서와 교류가 적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놀란 눈으로 어디서 근무하고 있어요?라는 질문으로 000 부서에서 근무하는 000입니다를 앵무새처럼 읊었다. 인사가 마무리될 때쯤 그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1등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실력과 더불어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연예인도 아닌데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구설수를 들은 적이 있어 나조차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보았다. 이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와전된 소문들이 많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대다수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소문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들은 말은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위험한 거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떤 게 진실이든 들은 사실은 입밖으로 뱉어내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한 선택임을 말이다.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오해를 사는 경험을 겪고나니 '일만 하는 애'로 남기로 했고 지금까지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걸 잊지 말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퇴사를 마음먹고 뒤를 돌아보니 시발점은 승진 누락이었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경험이 '나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임을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겁 많은 내게 앞으로 한 걸을 내딛을 수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게 밑거름이 되어주었고 작가라는 꿈에 한 걸음 가볍게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 






성공하기까지는 항상 실패를 거친다.

- 미키 루니 





지금의 여러분으로 성장시킨 실패(밑거름)는 무엇이었나요?







        

이전 09화 비싼 수업료의 댓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