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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Sep 04. 2021

비싼 수업료의 댓가

선택은 항상 어렵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을 주실 건가요?



삶에 대한 회의감만 늘어가던 나날이 반복되니 퇴사가 점차 간절해졌다. 계획 없이 퇴사를 하기엔 무모하기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잘하는 일이라.. 머릿속엔 빈 것처럼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이라도 없을까 생각하다 떠오른 친구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너 손재주가 좋은 거 같아."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걸 업으로 하기엔 특출 나지 않은걸.. 

요리를 배우자니 싱겁게 먹는 입맛이기에 맛있다는 평을 듣기에 무리가 있다 판단했고, 캘리그라피를 하기에 악필이라는 점이 걸렸다. 수입이 될까 더불어 정해진 것 없이몸으로 뛰쳐나가는 것에 대한 겁만 늘어나고 있었다. 



@copyright_ 켈리 시케마 


좋아하는 일 + 수입 = 환상의 조합

여느 날처럼 퇴근 후 핸드폰을 하던 중 네일이 벗겨진 게 눈에 들어왔다. 네일을 자주 하는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벗겨지는 순간 예민한 날이 선다. 내 경우 손톱이 얇아서 젤 네일*을 해도 오래가질 못한다. 얇다는 건 쉽게 부러지기도 한다는 뜻으로 일주일 가면 오래갔구나 위로하며 종종 셀프 네일을 했다. 네일 리무버*로 지우고 새로운 폴리쉬(색)를 칠하고 완성된 손톱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졌다. 갑자기 네일학원을 다녀볼까? 문득 떠올랐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네일학원 상담을 받기 위해 예약을 했다.



젤 네일* : 젤 상태의 아크릴 수지를 이용한 매니큐어의 일종. 쉽게 벗겨지지 않도록 손톱이나 발톱에 특유의 젤을 바르고 유브이 경화를 시키거나 응고제를 발라 굳힌다.   네일 리무버 * 네일(손톰)에 있는 폴리시나 인조 손톱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것


상담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필기, 실기 둘 다 합격해야 하는데 실기는 합격률이 높은 편은 아니라 본인 노력이 필요로 한다며 조언을 해주셨다. 당시는 영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업에 넘어갈 순 없지)  손톱에 색을 칠하는 컬러링, 큐티클 제거 정도로 생각했으나 보수작업이라고 해서 손톱이 부러지거나 했을 때 보강해주는 아크릴, 팁, 젤, 실크 익스텐션 4가지 중 하나를 랜덤으로 작업하는 것이 있는데 다음 주부터 개강이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독촉을 해왔다. 사실 망설여졌던 이유는 배울 것이 많다는 것보다 수업료+ 재료대 비용이 었다. 기억으로 200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부담감이 컸다. 에라 모르겠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으로 카드를 덜덜 떨며 넘겼다. 


수업은 매주 토, 일 9-6시 진행되어 평일은 일에 찌들고 주말은 학원에 찌들고 피폐해져만 갔다. 내가 무얼 위해 이것을 하고 있는가. 몇 번의 실패 끝에 완성된 작품이 나올 때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배움이 더딘 덕에 몇 배는 더 힘들었으니. 무엇보다 실기시험에는 모델을 직접 섭외해 가야 하는데 모델 규정이 적합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전날 빨간색으로 컬러링을 하고 가야 한다는 점은 예민함을 가중시켰다. 운이 좋게도 모델에 적합한 손톱을 가진 친한 친구가 흔쾌히 도와준 덕에 치룰 수 있었다. 






레이저 안 느껴지니? 


시험 접수는 아이돌 티켓팅을 연상시켰다. 다행히 경기도권 자리가 있어서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험 도중 일이 터졌다. 떨린 나머지 레드 컬러링인데 화이트를 바르고 있었던 것이다. 작업 중단해주세요 라는 종료 멘트를 듣고 눈치를 줘도 모르냐며 아쉬워했다. 남은 시간 경험으로 치르고 다음 시험을 기약하며 불합격 쓴맛을 맛보았다.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시험날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시간 안에 완수했고 작품도 완벽하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마무리 했음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자는 마음으로 시험장을 빠져나온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잊고 지내기로 했다. 





출근 도중 카톡 알람이 울렸다. 별생각 없이 지문인증으로 열었는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합... 격..???!!! 알림 톡이었다. 드디어 해냈다며 내적 댄스를 추며 자리에 앉았다. 며칠 간 날아갈 듯 행복했지만 퇴사를 하고 네일업을 하기엔 네일 아트(art)라는 두 번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쉽지만 내 길이 아님을 수긍하고 퇴사를 위한 도전은 막을 내렸다. 비싼 수업료였지만 추후에 배우고 싶은게 있다면 과감하게 지불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음에 행복하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돛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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