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퇴사 하기
새로 온 상사 덕분에 긴급한 상황에 잘 대처하여 문제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로 그 이후를 설명하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새로 온 분은 아예 다른 직종에서 온 사람이다 보니 회사 업무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고 전임자가 이미 떠났다 보니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정보를 얻는다면 나 혹은 다른 부서 팀장들에게 배우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였는데
내가 이해가지 않는 점은 본인이 맡아야 할 업무를 맡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임시로 내가 맡으나 그 이후에는 본인이 전담해야 하는 일임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본인은 이 분야를 잘 모르니 내가 대신해달라는 식으로 계속 떠 넘겼었다.
또한 팀장임에도 팀원을 보호하지 않아 타 부서와의 충돌이 있을 때 나 스스로 대처를 해야 했으며 인사 쪽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내가 관련 변호사와 상담을 받으러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지극히 개인주의적이었다.
관련 일화를 적어보자면 어느 날 퇴근할 시간이 다되어 인사 측에서 나를 부르더니 본인업무를 마치지 않고 퇴근하며 근무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업무를 하였다고 3일 정직처분을 받았다 그동안은 당연히 무급으로 말이다. 너무 갑작스러웠고 나는 한 번도 업무를 마치지 않고 퇴근한 적이 없었으며 당시 많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어폰을 꽂은 채로 일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직 사유에 대해서도 인정이 되지 않았었다.
그 부분 관련해서 상사에게 의문을 재기했더니 본인은 모르는 일이며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혀 팀원으로서 변호를 해주거나 의의를 제기할 기회를 주지 않아 나는 관련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은 채로 정직에 들어갔다.
인사 측에서 주장하는 것은 내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나는 상사나 직속 사수 없이 혼자 일했을 때도 펑크 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상사와 함께 일할 때도 상사가 부르면 주말 야근 관련 없이 나가 일했기 때문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유였다. 더욱 이상했던 것은 보통 나와 같은 사유의 경우 인사 측에서 경고를 했을 것인데 바로 정직을 그것도 3일이나 내린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3일을 지내며 관련하여 어떤 대처를 할 수 있을지 변호사 상담도 받고 이전 퇴사자에게 권고사직을 바라고 정직을 시킨 것이라는 의견을 듣고는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 받는 정직이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인사 측에 다 하지 못했다는 것?
내가 조언을 구한 퇴사자는 인사부서 직원이라 어떤 방식으로 부당하게 사람들을 내보내는지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회사에 퇴사하겠다는 의견을 냈을 경우 발생하는 위험요소는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전문가 상담결과 멕시코 내에는 'la conciliacion laboral' 한국으로 치면 노동청이 있어 해결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걸리는 점이 있다면 진행 기간인데 빠르면 한 달 길면 3개월까지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멕시코는 한국에 비해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게 유리한 법률이 많아 퇴직금을 돌려주지 않을 시 회사에 페널티가 큰 편이라고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이 강력한 멕시코에서도 노동법만큼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하니 나에게는 다행인 부분이었다. 또한 변호사 비용도 사건 접수를 시작하여 마무리까지 판결 결과 비용의 5~10% 정도만 받는다 하여 나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었어서 퇴직금을 주지 않을 경우 신고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추가적으로 회사에서 나를 직접 해고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정직을 준 이유로는 추정컨대 멕시코는 정당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해고할 경우 직원이 받는 급여의 3배를 주고 해고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나를 내보내려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일 뒤 복직하여 이틀정도 상황을 지켜본 바, 더 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사이 우리 부서에 새로운 경력직 직원도 오고 굳이 내가 더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 퇴직을 진행하게 되었고 그 사이 인사과장의 횡령이 드러나 어부지리로 퇴직금과 비행기 티켓을 정상적으로 지급받게 되었다. (예상금액보다 한참 적긴 하지만..)
사견으로 그 인사과장의 횡령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나는 퇴직금과 비행기 티켓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법인장이 오며 이때까지의 비리와 횡령을 드러내고 물갈이를 하게 되어 문제없이 받게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