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공팔 Jun 25. 2024

언니, 별일 아니에요.

우리 아들 따돌림 당한 썰 푼다


선생님과 아이들 간의 면담에서 아이들이 사실을 부인했고, 선생님은 일을 진행시키지 않으셨다. 부인을 했으니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아이는 소외감을 느끼고 고통받고 있었고,  B 아이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만한 경험을 했기에, 의심을 멈출만한 여지는 사라졌다. 그간 아이들 사이의 서열관계라든지 은근한 따돌림에 관한 많은 사례를 유튜브나 책을 통해 알아가고 있었기에 이런 사소한 폭력이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아이들의 부인만으로 끝나버리게 될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허탈했다. 분명 고통받 사람이 있는데, 이 상황을 놔둔다면 우리 아들은 계속해서 같은 고통을 견디며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B모자와의 사자대면


“B야 네가 왕따라고 우리 아들한테 이야기했니?

“아니요”

“OO 말에는 이번에 캠프 갔을 때 워터파크 기다리면서 OO에게 따라고 했다던데 그거 너 아니야?”

“아 ~그거, 그건 A가 했어요.”

“정말 A가 한 거니? 이상하다... A는 선생님 면담에서는 안 그랬다고 했는데,, 정말이니?”

“아니요. 분명히 A가 OO한테 찐따라고 얘기했어요.”  

“확실해?

“네 확실해요.”

“그랬구나. 그럼 A는 선생님 거짓말을 한 거니?”

“네”

“그럼 너는? 너는 우리 아들을 자주 따돌렸다고 하던데.”

“그건 OO도 저번에 저를 놀이에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 OO 그런 적 있니?

“응, 그때 게임하는데 숫자가 안 맞아서 안된다고 했어.”

"그런데 B가  번 안 껴준 건 사실이니?"

"네."

"DD가 우리 아들과 걸으면서 '왜 B 네가 우리 아들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나쁘게 대하냐고)' 얘기했다던데."

"...... 아~ 그러고 나서 DD가 제 쪽을 보면서 (DD가 마치 이 말은 거짓말이라는 듯) 뒤돌아 보고 저한테 이렇게 윙크했어요."

"하... 뭐라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 얘기를 하고 나서 자기를 보며 윙크를 했단다. DD의 그런 행동이 자연스러운 행동인가? 이 아이는 묻는 말에 즉각적으로 핑계를 대고 있었다.  

종종 가해 아이들이 부인하거나 핑계를 잘 대는 통에 까무러칠 것 같다는 피해자 부모의 경험을 공유했는데,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건가 싶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부인을 할 것 같았다.

"너희 계속 친구로 지내고 싶긴 한 거야? 너희 둘 친구 안 해도 돼. 서로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되는 거야."

"잘 지낼 거예요." 두 아이 다 잘 지낼 거란다. 분명 우리 아들은 이 상황이 어려운 마음에 잘 지내겠다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것일 거다.

 상황에서 계속 야기한들, 발전이 없을 것 같았다.  B는 부인하고 핑계를 댄다. B가 부인하니 나도 별도리가 없었다. 다만 으름장을 놓긴 했다.

"너는 그럼 우리 아들을 따돌리거나 아들에게 나쁜 말 하는 종류의 아이가 아니란 거지? 확실하지?  넌 앞으로도 이런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겠네!?"

"네"

"확실하지? 네가 아니라고 했으니, 넌 그런 종류의 아이가 아닌 거 맞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마."

"네."

정황은 있으나, 증거물을 제출할 수 없고, 가해아이는 부인하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대충 정리하고 아이들을 먼저 내 보냈다.


"언니, 나는 언니 좋아요."

(뜬금포 고백이다. 뭐래는 거야...?)

"..."

"언니 내가 B한테도 왕따라고 말한 적 있느냐고 물으니 자긴 그런 적이 절대 없대요. 그리고 언니 이거 별일 아니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진짜 별일 아니에요. 언니 괜찮죠?"

"B 엄마. 나는 괜찮지 아요. 나 안 괜찮아요" 

별일이 아니라니, 별일이고 아니고는 피해받은 쪽이 판단할 제입니다.


이 사람은 아들이 안 그랬다는 말에 안도했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미안하단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내 설명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이 엄마의 입장을 짐작해 본다. 상황은 이렇게 됐지만, 이 일 자체가 큰 일도 아닌데 아들이 당했다고 하니 이 언니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고. 또 본인 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니, 나는 미안할 일이 없어서 사과할 일도 없는 거고, 그래도 나는 당신이랑 만남을 유지하는 것을 원한다(사실 지금까지는 다른 엄마들 보다 이 엄마와 더 잘 지내왔다). 이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 걸까.

본인 불편함은 하나 감수 안 하고 나더러 좋아한다니, 그쪽과 나의 관계를 지속시킬 야무진 꿈을 꾸다, 이 상황이 오해든 사실이든 우리 아들 상처받은 마음에는 언반구 안 하면서 나한텐 자기감정을 얘기한다. 좋아한다니, 참 우스운 소리였다. 그 엄마의 얼굴이 생경졌다.


아들과 손잡고 집에 돌아오는 길,

"아들 B랑 나가서 뭐 했어? 잠깐 놀았어?"

"아니, 걔는 나가서 바로 폰으로 게임하고 나는 그거 구경했어."

그 와중에도 나는 아들을 조금 의심했다. 혹시나 얘가 상황을 너무 나쁜 쪽으로 부풀리는 것은 아닐까.

"아들 정직한 건 중요한 거야. 거짓말하는 쪽이 마음이 불편하겠지? 스스로 속이고 거기에 넘어가 버려서 이게 잘못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사는 건 정말 멍청하고 더 최악인 거고. 항상 생각해. 정직해야 해. 일단 이런 시간을 가졌으니 상황을 좀 지켜보자. 아마 당분간은 안 그럴 거야."

"엄마 B거짓말하는 거다. DD가 나한테 '왜 너한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때, 그때 B는 없었어."

"알아~ 엄마도."

 

2학기 초 학교에서 '마음에 맞지 않거나 불편한 친구 이름에 색칠을 하라는 설문'(득 보단 실이 많을 것 같은 이런 설문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에서 B는 우리 아들이름에 색칠을 했단다(선생님께서 확인해 주셨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은 싫어하는 아이의 이름에 색칠하는 듯하다) 그런데 본인 엄마에겐 다른 아이만 색칠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본인 엄마와 내가 친분이 있으니, 우리 아들 이름에 칠한 것을 엄마에게 말하면 혼날 것이 분명했으니 거짓을 말할 수밖에.


만남 이후로 빈번히 다른 친구와의  놀이를 방해하거나, B의 무리들끼리 우리 아들에게만 과한 페널티를 주는 등 괴롭힘은 지속됐다. 더 교묘해 진것 같기도 하다. 캠프에서 벨 누르고 서로 방에 침입해서 노는 시간, 우리 아들과 다른 친구가 침입하려고 할 때 우리 아들만 자기들 방에 안 들여보내는 수준은 애교였다.(결국에는 어찌어찌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왜 또 홀짝이 안 맞았니?



그 아이와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끄집어내 본다.


#1 집에서는 우리 아들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던 이 B는 몇 달 전 어느 날 놀이터에서 내게 와 말을 걸었다.

"이모, OO가 여름방학 때 저 초대한다고 해 놓고 초대 안 했어요. 이 나쁜 놈! 이 나쁜 놈아! "

나쁜 놈이라는 말에는 4학년 초등생의 장난 어린 언어가 아니라,  비아냥과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감정이 뭉쳐있었다. 너무도 태연하고 당연하게 우리 아들을 비난했다. 얘도 애긴 앤 가보다 싶었다. 제정신이라면 당사자 엄마한테  저렇게 얘기하진 않을 텐데. 혹시 내가 이 아이 앞에서 우리 아들을 혼낸 적이 있나? 그래서 우리 아들이 혼나도 되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게 우리 아들이 혼날 거라고 생각하는 듯, 우리 아들을 내게 고자질했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아,, 이거구나. 이런 식으로 우리 아들에게 말하고 대하는 구나. 그래서 우리 아들이 이 아이가 가장 싫다고 한 것이로구나.

"B야 그거 내가 약속했던 거잖아. 시간이 안 맞아서 내가 초대 못한 건데, 그럼 내가 나쁜 놈이네?"

날카로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B는 쭈뼛대더니 자리를 피했다.


#2  어느 날 하교시간, 교문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들이 도통 나오지 않았다. 멀리서 오 B가 보였다.

"B야~ 혹시 OO 봤니? 어딨는지 혹시 아니?"

"제가 그걸 왜 알아요?"

걔랑 나랑 무슨 사이라고,, 내가 그 아이가 어딨는지 알고 있을 이유가 없다 듯, 도발적으로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반문했다.  


#3 언젠간 다른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온다는 말에 초대도 하지 않은 B가 자기도 가고 싶다며 아들을 졸랐단다. 그날은  이 아이를 관찰할 좋은 기회였다. 혹시 내가 오해하고 있었을지 모르니. 지켜봐 보자 싶었다. B는 자기가 놀고 싶은 방식대로 놀려고 친구들을 조른다. 생떼 부리 듯.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집착적으로 유도한다.

그날 B아이 도착 전, 아들 친구들 앞에서 똘똘한 우리 딸은 말실수를 한다.

"엄마, 엄마 B오빠한테 화났잖아. 싫어하잖아~왜 온대? 왜 초대한 거야?" (그러게나 말이다)

예상치 못한 다른 친구의 반응이 온다.

"우리 엄마도 B한테 화났었는데. 오늘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더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B라는 아이는 다른 친구들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다만 우리 아들에게 유독 더.

"너네 원래 친했어..?" 자기 엄마도 화났다던  다른 친구가 묻는다.

B가 바로 답한다.

"... 어~! 어! 우리 유치원 때부터 잘 알았어어~~~."

와... 철면가죽...이다...

그날 밤 사리분별 분명한 우리 딸에게 물어본다.

 "아까 다 같이 나가서 놀 때 B는 오빠한테 막대하지 않았어? 어땠어?"

" 나쁘게 대하지 않았는데, 다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하더라?"


#4 축구클럽 버스 안,

친구들이 다른 친구 집에 가서 놀기로 했다고 한다.

아들은 껴서 놀고 싶은 마음에 B에게 묻는다.

"나도 가도 돼?"

"되겠냐?"

"되지.(왜냐하면 며칠 전 내가 너 초대 안 했는데 네가 오고 싶다고 해서 너 우리 집에 놀러 오게 해 줬으니..)"

"응~안돼"


어른인 나도 설명하기 힘든 이런 교묘하고 이상한 비아냥의 표현들을 우리 아들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었을까?


#5  학년 말 2월 봄방학 전,

"엄마 오늘 학교 가자마자 B가 나더러 '우리의 레드카드 오셨네~'라고 비웃듯이 놀렸어."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제 축구하다가 나 때문에 RR이 다쳤어. 그래서 심판이 나한테 레드카드를 줬거든."

"RR은 어땠어? 많이 다쳤어? 사과는 잘했어?"

"미안하다고 하고, 양호실 갔어."

"그 아 괜찮아? 선생님은 연락을 안 주셨는데,, 그나저나 왜 다음날 아침에 레드카드라고 놀려?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어?"

"암말 안 했어."

"그리고 TT도 화장실에서 레드카드라고 하면서 나 밀었어."

"심판은 누군데? 누가 정해?"

"NN. 그냥 자기네끼리 친한 애들이 시키는 거야.""

"그럼 넌 해본 적 있어?"

"걔네가 날 시키겠어?"

"B가 놀린 거 선생님께는 얘기했니? 안 했지? 내일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선생님께 말씀드려."

아들은 등교하자마자 B가 레드카드라고 놀린 일에 대해 선생님께 말씀드렸다고 한다. 그날도 선생님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뭐라셔?"

"응. B가 또 안 그랬다고 했어. 그래서 또 그렇게 말한 친구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신 듯?"

"뭐라고?"

B라는 아이때문에 엄마가 한번 아갔고, 이후  B때문에 또 면담을 했다. B라는 아이를 대상으로 이 정도 면담을 했으면 그 엄마에게나 혹은 선생님께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상식적인 것 아닐까? 이건 과욕인가? 또 아이를 의심하면서 까지 상황을 진행시킬 수 없다는 식의 상대방 아이의 인격을 존중한 결정이신 건가. 하!



남편은 그런다.

"이 정도면 선생님이 우리 아들을 싫어하는 거 아니야?"

"그래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진짜 선생님이 우리아들 싫어하나? 근데 문제가 우리 아들에게도 있겠지. 몇 번 싸운 적도 있어. 그래서 그 무리 애들이 전부 우리 아들 싫어할 수도 있어. 근데 그건 걔네 무리가 우리 아들을 오죽 싫어하면 저럴까.. 하고 걔네가 우리 아들 따돌리는 것을  선생님이 양해해 줄 수 있는 핑계거리는 아니잖아?"


그래, 애초에 선생님께 뭘 기대한다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간 이상하미묘하게 괴롭힘 당했던 거나 다 이야기하고, 이참에 A의 이상한 문자 저장한 거 증거로 내밀어서 반 배정할 때 분리나 명확하게 시키자 싶었다. 5학년때 아이들은 분리 됐다.

 




우리가 느끼는 것에는 언어 없이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 직감으로 우리 아들의 말이 진실임을 알았고, 오히려 아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고백할 때 올것이 왔구나 했다. 이 아이들이 우리아들에게 대하는 태도를 그릴 수 있었다.

B아이에 대한 순한 호기심도 생길 지경이었다. 얘는 도대체 어떻게 자랐길래 이렇지? 이것도 기질인가? 어떻게 자신의 잘못에 이렇게 뻔뻔할 수 있지? 자기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자꾸 자기한테 나쁜 행동을 했다고 의심하며 이 정도 물어보면 억울하다며 표현이라도 했을 텐데, 이 아이는 아니요라는 부인뿐이었다.  얼굴빛이 바뀌는 것도 없다. 그저 그냥 아니요. 아니 자기를 의심하는데 억울한 것도 없나?


"여보 B엄마한테 또 전화할까?"

"됐다. 전화해서 뭐라고 하게? '니 아들 그렇게 양아치처럼 키우지 말라'라고 하게?"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분리된 것으로 만족해. 중학교도 다른 학교 될 거고. 그냥 그렇게 죄책감 따위 모르는 그런 사람으로 평생 사는 인생이면 좋겠어.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 생각이 나쁘다는 걸 알지만,, 우리 아들의 고통에 비하면, 내가 이 정도 나쁜 마음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이 아이에게 이 정도 저주쯤 퍼부어도 되지 않을까... 하며, 내 마음속에 어둠을 만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