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기 2단계-숙소 편
보통 숙소는 전체 경비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
위치, 가격, 시설, 그리고 유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베드버그까지!
그렇기 때문에 숙소 예약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혼자 여행할 때, 숙소는 내게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어차피 잠만 자는 곳 아닌가?
대충 괜찮은 위치의, 저렴한 가격대의, 베드버그 후기가 없는 호스텔을 이용했었다.
그렇다 보니 남녀 혼성 8인실은 기본이요, 22인실에서도 자봤다.
그래도 큰 불만은 없었다.
내 특기는 ‘어디서나 잠을 잘 잔다’였고, 돈도 아낄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으냔 말이다.
동생과 여행할 때는 호텔을 이용하긴 했으나, 저렴하고 애매한 호텔들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에선 그럴 수 없다.
갱년기로 인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코골이, 이갈이, 수다 등 각종 소음이 난무하는 도미토리에서 재울 순 없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고려해야 할 사항도 있었으니,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숙소 선택 기준>
1. 이동에 용이한 위치에 있을 것
2. 우리만 사용하는 공간일 것
3. 주방이 있을 것
4. 베드버그 후기가 없을 것
5. 엘리베이터 있을 것
6. 와이파이가 될 것
물론 가격도 중요하다.
하지만 숙소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을 쏟느냐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진다.
또다시 검색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다른 것들은 당연하지만, 3번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주방을 조건에 넣는다면, 호텔은 가장 먼저 배제되어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원래 몸이 약한 엄마는 코로나에 걸리는 것을 극심하게 두려워했다.
때는 한창 프랑스에 코로나 확진자는 35만 명이 훌쩍 넘었고, 35만이라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숫자에 벌벌 떨었다.
게다가 여행카페에서 코로나에 확진되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을 보니 불안 강도가 극에 달했다.
그래서 우리는 식사는 숙소에서 해결하기로 했고, 그렇기 때문에 주방이 중요했다.
정말 지옥 같은 검색의 시간이었다.
많은 선택지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것을 쉽게 고를 수 있겠지만, 이미 물량이 다 빠져나가 얼마 남지 않은 선택권 중에서 최선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웠다.
더구나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가 겹치면서, 교통편을 예약하며 경비를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숙소의 가격대는 고공행진하는 상황이었다.
지역을 좀 더 넓히고, 가격대를 좀 더 올리고, 공용 주방으로까지 선택권을 넓히면서 무사히 아파트먼트나 3인실 전용 호스텔을 예약했다.
다만 끝까지 고민을 하게 하는 도시와 고통을 주는 도시가 있었는데, 바로 포르투와 파리였다.
먼저 포르투.
포르투에서 릴까지 가는 비행기를 3만 원대에 아주 저렴하게 예약하긴 했지만, 비행기 시간은 아침 6시 50분이었다.
그렇다면 공항에는 적어도 새벽 4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포르투에서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 근처는 오래된 호텔뿐이었고, 주방이 있는 아파트먼트는 언덕을 한참 내려가야 했다.
예전에 혼자 포르투에 갔을 때 언덕 아래 숙소에서 묶었었다.
그리고 새벽에 캐리어를 끌고 언덕을 올라가 공항버스를 탔다.
지금 기억이 미화되었다 하더라도, 허벅지에 푸르뎅뎅한 멍이 들었던 것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숙소 후보에 있던 아파트먼트에 이런 경우 택시를 불러줄 수 있냐 문의했지만 아무 답이 없었다.
택시가 잡히는 것을 당일까지 불안해할 것인가, 주방이 없는 숙소에서 묶을 것인가. 양자택일의 순간이다.
포르투의 일정은 2박 3일, 이틀 정도는 주방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그래, 공항버스를 타기 좋은 곳에 위치한 호텔 예약하자.
파리 숙소 예약은 나에게 고통을 주었다.
지금껏 파리에서는 항상 아침과 저녁을 한식으로 제공하는 한인민박을 갔었기 때문에, 파리는 내게 한식의 도시였다.
물론 한인민박들의 시설은 열악하다.
닭장 같은 이 층 침대들과 밥 먹을 때마다 펴야 하는 간의 책상, 그리고 정말 작은 화장실. 게다가 그 화장실을 여러 명과 공유해야 한다.
한식과 위치만으로 엄마와 동생과 함께인 여행에서 일반적인 한인민박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때는 크리스마스 직후, 그리고 새해 직전.
파리의 호텔과 에어비앤비의 가격은 보고만 있어도 맙소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날뛰고 있었다.
선뜻 결정이 어려웠고, 다시 한인민박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럼에도 3인이 5일간 묵을 수 있는 숙소는 없었다. 절망하며 설정을 이것저것 만져보았다.
어쩔 수 없이 머무는 숙소를 나눠야겠다 결심하고 날짜를 조정했을 때, 3인이 묵을 수 있는 아파트먼트 숙소를 찾아냈다!
계속해서 거절만 당하다가, 숙박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을 땐, 정말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세상에!
그것도 에펠탑 뷰의 숙소였다.
혼자 여행하는 가난한 여행객이었을 때는 감히 꿈도 못 꾸었던 그 에펠탑뷰였다.
비록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숙소였고, 그리고 ‘2인이 가장 좋지만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4인까지도 가능하다’라는 약간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구가 있었지만, 가장 최선의 가격대의 숙소였다.
게다가 에펠탑 뷰에 주방까지 있는 아파트먼트인데 아무렴 어때!
에펠탑이 보인다는 사실에 가장 흥분한 것은 나였지만, 파리에 처음인 엄마와 동생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예약을 완료했다.
그렇게 에펠탑뷰 숙소에서 4박, 그리고 찾아낸 3인실이 있고 1박을 예약을 받아주고, 아침식사까지 제공하는 한인민박의 3인실 1박을 예약했다.
정말 쉽지 않은 준비였다.
그래도 여행 준비의 3분의 2가 끝난 것이다.
이제 적당한 가이드 투어, 입장권 같은 티켓들을 예약하고, 짐만 싸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평화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혼돈이 찾아올 거라곤 그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