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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한강 치맥의 의미

치맥 금지구역 지정 전에 왜 우리가 한강에서 치맥을 먹게 됐는지부터 생각해봤음 좋겠다. 한강은 집에서 도보로 15-20분 거리라 어릴때부터 친숙한 공간이었다. 사실 90년대 초의 한강은 주말마다 삼겹살 굽는 냄새로 가득찬 곳이었다. 내 기억에 당시 치맥은 꽤 고급 문화였다.

당시에 저렴한 삼겹살은 서민의 음식이었고 답답한 아파트로 가득찬 서울에서 한강은 시민의 마당이었다. 부르스타, 고기불판, 돗자리, 어린이용 탱탱볼은 당시 서민 가족들의 필수 레저용품 세트였다.

서구에서는 공공공간에서 야외음주가 금지된 곳이 많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 정원(garden) 문화가 있다. 최소 야외에서 바베큐와 음주를 즐길 사적공간이 중산층 이상의 주거공간에는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식수원 보호를 위해 한강에서의 취사행위(삼겹살 조리)가 금지 되었고 치킨배달로 대체되었지만 야외에서 고기를 뜯고 마시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즉, 한강에서의 치맥은 도시화 및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한국식 공원문화이자, 주말마다 모여든 시민들의 잔치이자, 자연에서 음식을 즐길 도시민의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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