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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주택의 상품화 및 금융자산화

자본주의 도시공간의 해석

by Pimlico

집은 사고팔기 위한 교환가치(exchange value)가 아니라 거주하기 위한 사용가치(use value)여야 한다는 구호는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 19세기부터 이어진 산업화는 건축물을 소비의 대상인 상품화시켰고, 20세기 후반의 글로벌 금융화는 다시 투자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형태로 금융자산화 시켰다. 주택시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발전해온 시대의 생산 메커니즘을 그대로 반영 및 강화해왔다.


예를 들어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위치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집들은 유지보수를 통해 이백 년 가까이 사용될 수 있게 설계되었고 그렇게 사용되고 있으나(하지만 토지 소유권은 특정 귀족계층에 독점되어 있다), 서울의 아파트들은 빠른 소비를 위해 그 수명이 30-40년을 넘기 힘들다. 그럼에도 재개발 가능성(재생산 및 자산가치 실현)은 건축물의 교환가치를 그대로 유지시켜 준다.


즉, 건설사는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생산하고 입주자는 은행의 도움을 받아 더 손쉽게 구매하고 더 짧게 소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택공급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이것이 자본주의 도시공간을 유지해온 비결(?)이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주택은 끊임없이 허물고 다시 지어져 총생산량을 늘리고 토지의 경제가치를 끌어올려야 했다. 이것은 빠르게 생산 및 소비되는 스마트폰의 2년 약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택은 40년 약정으로 살고 이후 재건축을 통해 보상판매 혜택을 받는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상품화 및 금융화된 형태가 바로 서울의 브랜드 아파트들이다. 고도화된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리셋시키지 않는 이상, "살기 위한 집"이라는 구호는 소수의 고급주택이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도시공간에서 현실화시키기 불가능하다. 정부도 이제는 주택의 성격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며, 대안적인 사용가치를 강화시키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방법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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