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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4. 2022

관계의 한국사회: 밥상의 의미

한국사회 바라보기 1

#1

한국 드라마에는 유독 밥 먹는 장면이 많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역시 그렇다. 한국인에게 밥상은 "정"과 "한" 사이에 위치하는 감정적 전이의 역동적 공간이다.


다함께 둘러앉아 서로가 허기졌던 뱃속을 든든히 채우는 행위는 밥상으로 엮인, 물리적 정서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통해 하루의 긴장과 지쳤던 마음이 편안하게 풀리고 따뜻하게 위로 받음을 의미한다.


내일이면 뱃속은 다시 텅텅 비고 마음은 지쳐갈 테지만 밥상은 매일매일 부족함의 한에서 풍족한 서로 간의 정으로 채워나가는 관계의 공간이다. 그래서 혼밥은 편하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부족한, 관계가 아닌 스스로가 채워야 하는 고독의 공간이다.


#2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일상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때는 점심시간이다. 바쁜 일상에서 부실한 아침식사로 인해 점심은 항상 뜨겁고 푸짐한 찌개나 백반류가 인기다. 이 패턴은 초중고의 급식 메뉴부터 대학교 학생식당의 메뉴, 군대 짬밥, 그리고 직장생활까지 일괄적으로 이어진다. 관계의 한국사회에서 대학 선배, 군대 선임, 직장 상사가 수저를 놓는 순간은 식사의 끝을 의미한다. 식사시간도 근무시간의 연장이라는 인식 속에서 눈치껏 빨리 먹어야 하는 환경이다.


영국의 점심시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략 한 시간이다. 그래서 샌드위치나 샐러드와 함께 사과 한 알같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인기다. 일본만 봐도 점심에 간단한 도시락, 라멘, 우동, 오니기리가 인기다. 영국인과 일본인들은 혼자 점심을 여유 있게 먹는 모습이 흔하게 보인다. 재밌는 점은 밥심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짧은 점심시간을 간편한 메뉴로 타협하지 않고 속도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메뉴를 함께 통일하여 빠르게 나올 수 있는 푸짐한 김치찌개 백반을 주문한다. 그리고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겁고 빠르게 섭취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한중일 세 나라 중에 수저를 가장 자주 사용한다. 수저는 한 번에 많은 양의 섭취를 가능하게 한다. 반면, 편의점 컵라면, 삼각김밥, 김천의 김밥 등은 시간보단 돈이 부족할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뜨겁고 짜고 빠르게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후발주자로서 경제발전을 위한 타협적 선택이었던 빨리빨리 문화는 풍족한 밥상을 가능하게 하는 부를 얻게 해 주었지만 현재 한국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식사는 정서적 거리감을 매개하고 회복시켜 주는 중요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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