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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28. 2022

전쟁은 스팸을 남기고...

전쟁, 미국, 스팸 그리고 로컬푸드에 관한 짧은 메모

가끔 한국음식이 그리울 땐 밥반찬으로 스팸을 사다가 구워 먹는다. 근데 부엌에 있는 영국 스팸 캔에 적힌 레시피가 흥미롭다. 같은 스팸이지만 동서양의 레시피가 전혀 다르다. 동아시아인들은 찰진 쌀밥과 함께, 서양인들은 바삭하게 잘 구워진 빵에 올려 즐긴다.

영국의 스팸은 한국보다 짠 맛이 훨씬 강하기땜에 보통 스팸 라이트를 구매한다.


미군기지가 있던 한국의 의정부나 송탄에서는 부대찌개로 탄생했으며, 가난한 시절의 생존을 위한 레시피였으나 현재는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칼칼하면서 느끼한 국물이 소주와 잘 어울린다.

스팸과 잘 어울리는 케찹은 중국소스가 기원이다. 이렇듯 식문화는 세계 여러나라들을 돌고 돌아 발전해왔다.


태평양 전쟁 당시 끝까지 미군을 괴롭혔던 일본 오키나와는 패망 후 미군기지가 주둔하게 되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군에서 흘러나온 스팸은 근처에서 스팸 주먹밥(아래 사진 왼쪽)으로 만들어졌다. 전쟁 이후 일본인들이 많이 이주한 하와이에서는 주먹밥과 초밥에 영향을 받은 스팸 무스비(아래 사진 오른쪽)를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하와이 출신인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좋아했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즉, 미국 혹은 미군을 상징하는 스팸은 전쟁과 함께 퍼져나가 동아시아의 로컬푸드로 변화되어 왔다.

오키나와에는 스팸주먹밥 이외에도 다양한 스팸 요리가 있다고 한다.


19세기 한일 개항도시에서는 중국 선박 노동자들이 먹던 패스트푸드인 중식 국수가 짜장면(인천)과 라멘(요코하마)으로 현지화된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 패권을 잡은 미국의 스팸은 20세기의 새로운 로컬푸드로 자리를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20세기 후반부터는 자본력을 앞세운 맥도널드나 피자헛 같은 거대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자체가 레시피의 큰 변화 없이 현지의 식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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