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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미 스토리텔러 Oct 24. 2023

미국 캘리포니아의 단풍 2023

In Bishop California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가을입니다.

한국에서의 가을은 붉은 단풍을 바로 떠올릴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단풍은 아스펜 나무들의(Aspen trees-포플러 나무) 노란색을 상상하게 됩니다. 자작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활엽수들의 잎이 노란색으로 변하여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호수나 시냇물을 따라 흐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동쪽은 특히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그중, 가을과 겨울 두 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비숍(Bishop)이란 도시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LA에서 5시간 정도 거리에 있으므로 하루에 왕복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비숍이란 도시는 인구 4천여 명의 아주 작은 도시로 은퇴한 백인들이 주요 시민 구성원이며, 토착민 인디언과 3% 정도 아시안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서부 개척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시로서 거리의 상점들도 옛스럽고 판매되는 상품도 말 목장과 관련된 물품이나 부츠가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네덜란드에서 이주해 1907년부터 이어져 오는 에릭 샤츠 베이커리(Erick Schat`s bakery)인데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효모를 사용하여 하루에 25,000여 가지의 빵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도 판매 중이며 샌드위치, 파이, 도넛, 쿠키, 육포, 꿀, 직접 짠 주스와 커피, 그리고 다양한 빵의 유혹에 많은 관광객들과 트럭 운전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이번 방문 시 새롭게 발견한 것은 베이커리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도 판매 중이어서 새롭더군요.


아스펜 나무들의 단풍을 만나기 위해서 가장 유명한 사브리나 호수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단풍이 많이 져 버린 상태라 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 주변의 청명한 모습과 올 4월까지 비가 자주 내리고 낮은 기온을 유지했던 캘리포니아의 이상기온으로 인해 만년설(glaciar)이 저 멀리 높은 산 위에 녹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어서 놀랍더군요. 

다음 날 아침, 본격적인 단풍 사냥을 위해 #395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다 드디어 산 아래 위치한 작은 동네를 노랗게 감싸고 있는 아스펜 나무들과 만났습니다.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작은 시냇물은 햇빛과 함께 눈부신 황금색으로 빛나는 노란색의 향연이었습니다. 붉은 단풍과는 조금 다른 감동이지만 역시 자연의 위대함은 색에 관계없이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근처에 노천 온천이 여러 곳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Wild Willy`s Hot Spring을 방문하였는데 밤새 10도 안팎으로 낮아진 기온에서 캠핑을 했던 사람들이 따뜻한 물로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이미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중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수영복도 없이 온천을 즐기던 사람이 본인은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즐긴다고 하니 스스로의 선택에 부끄러움은 주변인들의 몫이었답니다.


노란빛에 눈을 반짝이던 중 붉은 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는 곳을 발견했는데 바로 슈퍼마켓의 넓은 주차장 가로수들이 저녁노을과 함께 가을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서 한 컷 담아 보았습니다. 아기 손을 닮은 단풍나무는 아니고 아카시아 나무의 한 종으로 보입니다. 


전날 여유롭게 가을 단풍과 노천 온천을 즐긴 후, 다음날 집으로 향하며 올해의 가을과 작별함이 아쉬워 지나는 길에 잠시 들린 곳은 빅 파인(Big Pine)이란 도시입니다. 이곳은 서부 영화의 촬영지로 작은 영화 세트장을 이용한 박물관이 자리해 있고 위트니 산(Mount Whitny)이 자리해 있어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이름에서 예상되듯이 큰 소나무들이 많아 아스펜 나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늘 높이 솟은 황금빛 포플러 나무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깊은 숲 안 쪽에 자리한 캠핑장은 뒤로 높은 계곡의 만년설과 앞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국으로 극강의 멋짐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산속 깊은 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하루하루 변화 없이 단조로운 일상은 이렇게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보여주는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에 감탄하며 새로운 삶으로 재 탄생되어 지곤 합니다. 황금빛 아스펜 나무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런 게 진정한 삶의 의미임을 되새기며 오늘도 충분히 행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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