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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

시작보다 끝이 더 떨리기 마련이니까.

by 선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항상 공연 전에 활동 일지 작성할 거라 어름장을 두지만 눈 떠보면 강평이고 눈 감고 다시 뜨면 첫공을 열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 공연은 '마지막'이고 '제80회'고, 난 4학년 막학기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졸업 후 3월 정기공연을 도전해 볼 만하지만 졸업생이 취업준비 대신 '공연준비'를 하고 있기에는 어려웠다.


제80회 정기공연을 준비기간은 6월 말 종강 후부터 시작하여 여름 방학 기간을 온전히 쓴다. 그래서 연극 70%, 대학생의 기숙사 맛보기 30%으로 기숙사에 들어갔다. 방학 때 기숙사를 처음 들어가는 학생은 거의 없다. 대부분 본가가 멀리 있거나 알바/근로를 계속하고 있거나 하는 여러 이유로 잔류를 하는 학생일 뿐, 통학생이 기숙사를 맛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까...


2달 정도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 챙겨 먹고 야식까지 챙겨 먹는 터에 기숙사비 50만 원과 식비 100만 원이 들어갔다. 나누면 하루에 16,000원 꼴을 쓰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150만 원은 열심히 교내근로를 하면서 저축했던 통장에서 뽑았다. 근로를 하면서 이 돈으로 뭘 할까... 일본 갈까...? 했던 생각을 종종 하고 있었다만 기숙사비로 쓸 줄 누가 알았을까, 그래도 난 일말의 후회가 없다. (오사카 갔다 온 친구에게 "일본 150만 원이면 충분하지?"라는 말에 "너 오사카 한 달 살기 할 거야?"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나는 장을 맡아서 팀원을 통솔하고 실력을 보여주고 같이 협동하는 활동, 다 같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열렬히 힘을 다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내 소망과 달리, 태생이 팀원의 역할에 맞는지도 모른다. 장을 맡으면 최선의 결과물은 만들어내지만 이상하리만치 사소한 일에 fm 성격이 되고 공적으로는 차가운 사람인데 사적으로는 말투가 부드러워져서 앞과 뒤가 다른 인간이 된다. 여유를 부려도 되는 날에 혼자 효율을 따질 때도 계획을 세우며 이행할 때도 그렇다. 팀원 자리에 있을 땐 팀장을 지켜주고 일을 같이 나누는 사람, 착실하고 정 많은 팀원이 되지만 팀장이 되면 꼰대가 되기 일쑤다.


평소 신입부원들이 공연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가지고 있으면서 거기서 나는 빠져 있다. 역할 선택하기에 앞서 내가 해도 될까라는 불안감을 가진다. 연출 앞에 가서 조연출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이게 어떤 일말의 자랑이 될까 마법의 단어인 '~처음이라'라는 말도 흘러 보냈다. 흘러 흘러 보낸 말에도 선배들과 대화하며 조연출을 맡게 되었다.


연출과 악수를 하며,

그렇게 나의 마지막 공연인 제80회 정기공연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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