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후배들에게

이제 공연을 졸업한 이의 편지

by 선혜

연극 동아리에서 신입생이라 좋아했던 날은 이제 없고 경험이 쌓인 선배가 되었다. 아직 부족한 경험을 가진 나, 그리고 한 역할을 계속 맡아오셔서 전문성을 가진 선배들이 있었다. 중간 기수도 아니었지만 활동하는 기수 중에서는 중간 기수라고 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공연을 했던 후배들에게,

내가 공연을 준비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행복감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멀리서 그때의 상황을 바라보니 확신을 다할 수 없다고. 과정이 재밌어야 하고 자신이 행복해야 좋은 연극이라고 선배들께서 주야장천 이야기하셨는데 연습 시간이 촉박해지고 할 일은 많이 쌓아가서 조금의 여유를 나태함으로 생각했다. 재밌어야 할 준비가 자기 전에 이 닦기, 눈 뜨면 이불 개기 마냥 필수가 되어버렸다.

재밌었나? 그럼 좋다.


나는 내가 점점 바빠질수록 갓생을 산다고 느껴 나름 거기서 오는 뿌듯함이 있었는데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을 더해줄 사람이 없었다. 음식점 맛 평점, 영화 리뷰 평점처럼 일회성이 아니었다. 1년 선배가 되었다고 윗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진행 상황의 지점이 탄로 날까 봐 이야기하지 못하다가 각 잡고 꺼내게 되는 날, 멋진 선배님께서 연기를 가르쳐 주고 모르는 부분을 집어주었다.


바로잡아주는 일을 어느새 꼰대라고 지칭하는 일이 있어서 아쉬웠으나 나는 내버려 두기로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글을 좋아하고 책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관계 같은 일이 아닐까. 우리가 서로 꼰대냐, MZ냐 파악하는 수식어가 앞에 꾸미고 있으니까. 그게 약일 수도 독이 될 수 있으니 우리는 어떤 수식어를 붙어야 좋을까.


후배들아. 지금 보면 나도 반성할 부분이 많더라. 숲을 봐야 하는 순간에 미처 나무를 보지 못하고 상하게 했던 날도 많았고, 고마움과 잘함을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도 많았어. 자랑스러웠던 부분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날. 마지막으로 바로 잡지 못했던 날.


회상하며 느낀 건 나는 성찰하며 살아갈게. 네 순간에 오점이 아닌 온점이었으면 좋겠다. 온점을 찍고 다시 출발하는 거야. 빵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