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단의 인연이 헤어질 거라는 불안에 떨고,
연극을 보면 내가 저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환한 조명을 쏴 그 주변을 밝게 빛내주는 공간이요.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나는 나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인가? 나도 그 욕망에 잠식당했는가?' 대사를 치고 싶다. 하지만 허튼짓 같은 생각이어서 생각을 지운다는 행위로 고개를 양쪽으로 돌린 후 점잖게 앉아 있었다. 연극 동아리의 특권은 동아리 연극 무료 티켓이었다. 어느 날 문득 '공짜!'가 좋다고 말했었는데, 선배들은 공짜를 좋아하면 뿔과 털이 난다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연극 공연에 참여하다 보니 공짜로 앉게 된 자리는 연극을 한 번도 안 본 관객이 아니라 반쯤 보다가 잠들어버리는 관객이 되어 있었다. 배우들의 큰 소리에 놀래 두 눈만 스스륵 뜨고 나의 몸은 축 땅으로 접힐 뻔했다. 막이 내리고 하나둘씩 일어나는 모습에 같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배우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진짜 연기 잘하더라.
후배 배우들은 나를 내려다보며 내가 앉았던 자리를 가리켰다.
자고 있는 거 봤어요. 오늘 제 연기 쩔었는데!
연습에서 볼 수 없었던 후배의 연기를 본공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아!' 조금 아쉬웠다. 뿌듯해하던 후배를 뒤로 하고 소극장을 나가려 하자 후배의 연기를 신중하게 보았던 선배가 박수를 치며 다가갔다. '다행이다. 표현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공연단 선배님들의 일을 엿보면서 질문을 툭툭 던졌다. 유익한 것도 중요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저 궁금증을 풀어낼 나의 지루함이었다. 사람이 없는 무대 장치만 있는 공간,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배우들은 선배들과 이야기하고 소극장 뒤에서 일하는 선후배가 있었다. 시끄러운 소극장 안에서 나의 몸과 마음은 공허하고 씁쓸함이 나의 안정키 위로 둥둥 떠 다녔다. '먼지가 있나?', 이 복잡한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호한 활자가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가 나의 어깨를 툭 툭 건드는 선배들로부터 떠 다니는 알 수 없음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흔적조차 없는 무언가를 보려 의자 아래를 찾아봤지만 복잡함을 알려주는 뒤엉킨 먼지와 머리카락이 있고 그 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나의 등은 축축 젖어 니트에 스며들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니트를 만지다 보니 '이게 왜인걸?' 뽀송뽀송했다.
왜 연극의 막공까지 끝나면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날 축 내리꽂는 기분이 들까. 가슴이 저릿하고 이 자리를 두고 문을 통해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났다는 선배들과 이야기하며,
수고했어 - 잘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칭찬과 노고를 인정해 주는 박수를 치고 다 같이 모여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연극은 과정이 아름다운 걸까. 아름다운 사람들이 연극을 하는 걸까. 공허함은 질문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