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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 끝난 후

 공연단의 인연이 헤어질 거라는 불안에 떨고,

by 선혜 Feb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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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을 보면 내가 저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환한 조명을 주변을 밝게 빛내주는 공간이요.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나는 나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인가? 나도 욕망에 잠식당했는가?' 대사를 치고 싶다. 하지만 허튼짓 같은 생각이어서 생각을 지운다는 행위로 고개를 양쪽으로 돌린 점잖게 앉아 있었다. 연극 동아리의 특권은 동아리 연극 무료 티켓이었다. 어느 날 문득 '공짜!'가 좋다고 말했었는데, 선배들은 공짜를 좋아하면 뿔과 털이 난다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연극 공연에 참여하다 보니 공짜로 앉게 자리는 연극을 번도 관객이 아니라 반쯤 보다가 잠들어버리는 관객이 되어 있었다. 배우들의 소리에 놀래 눈만 스스륵 뜨고 나의 몸은 땅으로 접힐 뻔했다. 막이 내리고 하나둘씩 일어나는 모습에 같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배우들에게 다가갔다.


 들아 진짜 연기 잘하더라. 

후배 배우들은 나를 내려다보며 내가 앉았던 자리를 가리켰다.

 자고 있는 거 봤어요. 오늘 제 연기 었는데!


  연습에서 볼 수 없었던 후배의 연기를 본공연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아!' 조금 아쉬웠다. 뿌듯해하던 후배를 뒤로 하고 소극장을 나가려 하자 후배의 연기를 신중하게 보았던 선배가 박수를 치며 다가갔다. '다행이다. 표현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공연단 선배님들의 일을 엿보면서 질문을 툭툭 던졌다. 유익한 것도 중요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저 궁금증을 풀어낼 나의 지루함이었다. 사람이 없는 무대 장치만 있는 공간,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배우들은 선배들과 이야기하고 소극장 뒤에서 일하는 선후배가 있었다. 시끄러운 소극장 안에서 나의 몸과 마음은 공허하고 씁쓸함이 나의 안정키 위로 둥둥 떠 다녔다. '먼지가 있나?', 이 복잡한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호한 활자가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가 나의 어깨를 툭 툭 건드는 선배들로부터 떠 다니는 알 수 없음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흔적조차 없는 무언가를 보려 의자 아래를 찾아봤지만 복잡함을 알려주는 뒤엉킨 먼지와 머리카락이 있고 그 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닌데도 나의 등은 축축 젖어 니트에 스며들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니트를 만지다 보니 '이게 왜인걸?' 뽀송뽀송했다.  

 왜 연극의 막공까지 끝나면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날 축 내리꽂는 기분이 들까. 가슴이 저릿하고 이 자리를 두고 문을 통해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났다는 선배들과 이야기하며,


  수고했어 - 잘했어!

  수고하셨습니다.


 칭찬과 노고를 인정해 주는 박수를 치고 다 같이 모여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다. 연극은 과정이 아름다운 걸까. 아름다운 사람들이 연극을 하는 걸까. 공허함은 질문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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