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고 소속감 아닌 것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사실은 장의 무게였다. 연출, 기획장, 무대감독, 음향감독, 조명감독에서 감독과 장이라는 이유에 무게는 무거웠다. 장의 역할을 잡고 있는 사실은 결코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매번 같은 장을 맡다가도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팀원을 맡다가도 '이쯤 하면 경험치가 있으니까!'하고 팀장을 맡는다.
나는 하고 싶다는 10%의 이유로 편집국장을 하고, 멘토와 팀장을 맡았지만 3개월의 팀플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결과물이 나오는 연극에서는 10%보다 깐깐한 조건이 입을 달았다.
소속감, 행복, 몰입력
깐깐한 조건에 더한 해롭지 않는 삶의 지탱력이었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학창 시절을 겪었기에 어떤 소속을 가지기 위해 외향형 인간이 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나서는 성격으로 변하였다. 그래서 내가 고등학생 때 내향형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소속감을 잃으면 몰아치는 파도를 맨몸으로 맡는 기분이 들었다. 조명감독이 없는 음향감독 1인의 소속감은 배우팀 뒤 살포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음향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사실이 있다. 그들의 무대가 멋있었고 기획의 끈끈함이 돋보였다. 무대미술팀은 가족 같은 하나였다.
연극은 희로애락이었고 음향감독을 했던 기억은 행복했지만 소속감이 상실되어 소극장 앞에 서서 들어가길 망설였던 하나의 인간은 그대로였다. 팜플랫에는 자신의 이름과 학과 앞에 '음향'을 달아도 나는 공연단의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문과 가까이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오면 비상계단으로 몸을 숨었다. 고개를 숙이며 문을 만지작거렸고 문을 열어도 좌석에 몸을 숨기듯 쭈뼛거렸다.
해가 바뀌는 연초에 3월 공연은 쉬어가기로 했다. 저번 정기공연에서 외로움을 겪었던 사실이 화근이었다. 소속감이라는 단어가 무엇이라고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나. 아, 나는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 연극을 시작했던가. 애정이 거기서 비롯된 걸까? 기획장이 누구일까, 나에게도 팀이란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망설였던 연말 속 고속도로에서 기획장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씩-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3월 공연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