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체력문제였네?
나는 어릴 때 잔병이 많았다. 감기를 달고 살았고 (나중에 그게 감기가 아니라 알러지성 비염이란 걸 안건 성인이 되고 나서지만..) 툭하면 소화가 안 되고 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를 가면 자주 아파서 한 번은 남동생이
"누나는 왜 어디 나오기만 하면 아파?"라고 짜증을 낸 적도 있다.
간혹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아이들이 아프기도 한다는 데 내가 그런 경우는 아니었을까 싶었던 때도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무렵 나는 얼굴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고 중학교 때에는 이미 얼굴 전체가 화농성 여드름으로 뒤덮여있었다.
생리통은 또 얼마나 심했던지 매달 돌아오는 생리주기에는 나는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아예 생리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면 나는 생리통이 시작되기 전에 진통제를 먹는 방법으로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유지할 수 있었다.
여드름의 경우에는 정말 신기하게도 20대 중반이 될 무렵에는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남들보다 감기에 쉽게 걸렸고 조금만 무리하면 몸살이 나곤 했다.
코로나 이전에 2009년에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전염병, "신종플루"
한창 회사에서 근무 중이었던 나에게 그때당시 회사에서 3번째 감염자로 낙인 되었더랬다. 물론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바로 회복했지만 그때 당시 처음으로 방 안에서 5일간 격리라는 것을 해봤던 경험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코로나가 창궐했던 시기에는 정말이지 그 누구와도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극도의 조심성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렇게 유난히 잔병이 많았던 나에게도... 아주 건강했던 시기가 있었다.
20대에 캐나다에서 영어공부만 하고 있던 시절. 남들은 취직을 했다는 데 나는 염치 불고하고 캐나다에서 영어공부만 매달렸던 시기가 있다. 눈뜨면 공부만 했는데도 그곳의 맑고 좋은 공기, 그리고 물 덕인지 여드름은커녕 뾰루지 하나도 나지 않고, 감기도 배탈도 없던 시기.
30대에 싱글라이프를 즐기겠노라 혼자의 삶을 즐겼던 시기. 혼자 원룸빌라에서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살았던 시기가 있다. 월세를 내는 삶이더라도 모든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하는 중년의 나이.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건강했던 시기가 젊어서만은 아니더라.
20대 캐나다에서는 홈스테이를 했던 첫 달부터 저녁을 먹고 나면 할 일이 없어 30분 정도 걸어서 월마트를 갔고 (밤에 열어놓는 상점이 없었음) 월마트를 한 바퀴 다 돈 뒤에 집으로 돌아오는 게 루틴이 되었는데, 나중에 자취를 하고 나서는 버스비가 아까워 1시간씩 책가방을 메고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30대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시절에는 내 공간 내 시간이 너무 좋아서 건강하기 짝이 없는 음식으로 집밥을 챙겨 먹고 저녁을 먹고 나서 1시간 내외로 동네를 빠르게 도는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
결국 잘 먹고 많이 움직이는 삶을 살았을 때 제일 건강했던 거다.
그리고 아프지 않고 건강할 때 내 성격도 가장 좋았다. 아프지 않고 체력이 달리지 않으니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잘 버텨주었던 것 같다.
내가 자주 듣는 지식인사이드에 이호선교수님 말씀이 "기승전 몸뚱이"라고 하셨다.
내가 예민한 이유 중의 하나는 체력이 달려서인 것 같다.
40대의 나. 2026년을 곧 앞둔 지금. 지금부터라도 내 몸뚱이에 최선을 다할 시기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10여년 만에 내년도 다이어리를 샀다.
내년에는 나를 위한 기록을 손으로 해볼 생각이다. 몸과 마음을 함께 건강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의미로 2025년 12월이 포함된 손에잡히는 사이즈의 다이어리를 충동구매했다.
당장 내일부터 이 작은 다이어리에 나를 기록해보려한다. 내 몸뚱이가 건강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