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란, 내가 살아낸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일
저는요...
전업주부라 딱히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없어요.
오래전, 부모교육 수업에서 만난 한 교육생이 꺼낸 말이었다.
그 말이 무심히 흘러가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어디에도 자리 내주지 못한 이름표 하나가
그녀 마음속을 떠돌다 툭 떨어진 것처럼 들렸다.
'커리어'라는 말을
이력서에 적을 만한 경력,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직업,
성과와 타이틀이 선명한 일들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커리어'의 정의는 좀 다르다.
커리어는 화려한 직함도, 설명하기 좋은 경력도 아니다.
몇 년 차인지, 어디서 일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성과보다 태도, 자격보다 방향,
스펙이 아닌 삶의 결이 담긴 시간의 서사.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반복의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분명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그 성장의 흔적이 바로 커리어다.
직장에 있든, 집에 있든,
이름표가 있든 없든,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 속에서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선택의 방식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커리어를 써 내려간다.
커리어란 결국,
삶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매일 묻고 답해가는 과정이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나서야 불을 끄는 엄마의 하루,
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프리랜서의 성실함,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사람을 응대하는 비정규직의 친절함.
그런 일상 속 조각들이, 커리어 퍼즐을 완성해 간다.
커리어는 직업을 말하는 단어가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태도에 붙는 이름이다.
누가 대신 써줄 수도 없고,
누가 대신 판단할 수도 없다.
커리어는 그렇게,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문장으로 쓰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커리어를
"내가 살아낸 삶을 나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일"이라 부르고 싶다.
그날 그 교육생에게 내가 물었다.
"된장찌개 어떻게 끓이세요?"
그녀는 멈칫했다.
뭘 묻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혹시 레시피 보고 계량해 가면서 끓이세요?"
그제야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 신혼 때는요.
요리 블로그 검색해서 레시피 찾아보고 거기 나오는 재료들 전부 다 정량대로 넣어가면서 끓였는데
요즘은 그냥 냉장고 열어서 집에 있는 재료들 대충 넣고 눈대중으로 끓이죠."
레시피를 검색하고 정확히 계량해 따라 하던 초보 주부 시절을 지나
이제는 손끝의 감각만으로도 맛을 낼 줄 아는 그녀.
양파는 적당히 썰고, 호박도 대충 넣었을 뿐인데
가족들이 "오늘 된장찌개 진짜 맛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집밥'이 아니라 '감각이 축적된 커리어'가 된다.
커리어란 거창한 직함이나 성과보다
매일같이 반복하며 쌓아온 삶의 감각에 가깝다.
남들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당신이 한결같이 살아낸 그 시간 안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우리는 종종 커리어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일했는지, 어떤 타이틀을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고 또 이뤘는지.
하지만 진짜 커리어는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할 일을 떠올리고, 움직이고,
지쳐도 다시 일어서며 하루를 살아낸 당신.
기꺼이 감정을 감추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써온 시간들.
누군가는 그걸 '일상'이라 부르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당신만의 리듬과 감각, 선택의 결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당신만의 '커리어'다.
당신은 이미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때로는 아무도 몰랐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당신이 되었다.
커리어는 결국,
누군가를 따라가느라 놓친 나를 다시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내 안의 감각을 다시 깨우고,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언어로 나를 설명하는 일.
그래서 커리어란,
직함을 갖는 일이 아니라 '나를 살아내는 일'이다.
당신이 살아낸 하루하루는,
어느 날 문장이 되고, 언어가 되고, 당신만의 커리어가 될 것이다.
누가 대신 써줄 수 없는,
오직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커리어는 지금도 써지고 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오늘의 질문*
: 지금 당신의 삶에 무엇이 쌓이고 있나요?
그걸 꼭 이력서에 적을 수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이 매일 조금씩 더 나다워지는 그 모든 순간이,
커리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기록되고 있으니까요.
대단한 타이틀도, 눈에 띄는 성과도 없을지 모르지만
당신이 기울인 마음과 태도, 그 하루하루의 결이 모여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커리어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