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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사람마다 제각각의 '온도'가 있다

커리어를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온도' 관리법

by 커리어포유

어제 딸과의 '온도 차이'에 대한 글을 올렸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편안함을 느끼는 온도가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https://brunch.co.kr/@mjlove007/117


어제 글을 쓰면서 문득 든 생각 하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늘 보이지 않는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더라도, 각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적정 온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시작 전에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야 마음이 놓이고, 누군가는 일단 부딪혀 보며 흐름 속에서 답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세 번 확인해야 안심이 되고, 어떤 사람은 기다림보다 속도를 내는 편이 안전하다고 느낀다.

속도가 다르고, 호흡이 다르고, 안정과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이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면, 관계의 온도는 금세 극단으로 치닫는다.
서로를 '답답한 사람' 혹은 '덜 꼼꼼한 사람'으로 규정하며 거리를 두거나,
반대로 억지로 맞추다 지쳐버린다.


유진(가명)은 기획단계에서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야 안심이 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팀장은 '빠른 실행'을 중시했다.

회의 때마다 "일단 해보자"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세부 계획은 나중에 세우자는 입장이었다.

처음에는 유진도 참고 맞추려 했다.

하지만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큰 실수가 발생하자 마음속 불신이 커졌다.

반대로 팀장은 유진의 세밀한 검토 과정을 '시간 끌기' 혹은 '나태함'으로 받아들였다.

서로의 온도가 불편함이 된 순간이었다.


자신의 온도를 안다는 건 어떤 환경과 방식에서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하는지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충분한 준비'를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면

다수의 압박에도 끝까지 준비 과정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그건 고집이 아니라, 성과와 신뢰를 만든 당신만의 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온도만 고집하면 관계가 굳어진다.

필요할 때는 상대의 온도에 맞춰 호흡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만큼만 온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코칭을 통해 유진은 자신이 세밀함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그 안정이 때로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인식하게 됐다.

이후 팀장과의 업무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 항목만 초기 단계에서 점검하고, 나머지는 진행 과정에서 수정하기로 했다. 또 팀장의 빠른 실행이 단순한 무모함이 아니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것도 받아들였다.

팀장 역시 실행 속도를 유지하되, 각 단계마다 최소한의 점검 절차를 거치고 싶다는 유진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의 온도를 유지한 채 맞물려 움직일 수 있는 지점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진은 깨달았다.

온도를 같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의 온도를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짜 협업이라는 것을...


내 온도를 지키는 힘과 상대 온도에 스며드는 유연함.

오래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 두 가지가 함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중심과, 상황에 따라 부드럽게 변하는 조율력.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중심만 강하면 고립되고, 유연함만 강하면 방향이 흐려진다.


커리어코칭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내 방식이 옳다’ 혹은 ‘상대에게 맞춰야 한다’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한다.

하지만 진짜 지속 가능한 커리어는 그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내 온도를 분명히 아는 것은 나의 가치와 강점을 지키는 일이고,

상대 온도를 이해하는 것은 관계와 성과를 확장하는 일이다.

유진과 팀장이 변화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타협’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온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함께 움직일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코칭은 바로 그 지점을 보게 한다.

내가 몰입하고 성과를 낸 순간, 그 조건과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업무 스타일, 준비과정, 관계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핵심 원칙을 점검한다.

그리고 온도차를 느낌 경험을 떠올려 그때 상대의 온도는 어땠는지, 나는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돌아본다.

이 과정을 거치면, 상대의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유연함'이 어디까지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 지점에서 내가 어떤 환경에서 빛나는지,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 차이를 어떻게 연결할지 스스로 답을 찾게 된다.


결국, 커리어의 온도는 혼자 맞추는 게 아니다.
서로의 온도를 알아주고 존중할 때, 그 온도는 관계를 덥히는 불씨가 되고, 성과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된다.
이것이 내가 코칭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해 온 변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당신의 커리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당신이 지켜야 할 온도와 받아들일 온도를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

일은 더 이상이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오늘의 질문*
: 당신의 커리어에서 지켜야 할 '내 온도'는 무엇인가요?

그 온도는 당신이 어떤 환경에서도 잃고 싶지 않은 당신만의 마음의 기준입니다.
성과와 관계 사이에서, 변화와 안정의 경계에서 중심을 붙잡아주는 힘이죠.
그리고 그 온도는, 상대의 온도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한층 더 단단해집니다.
오늘 하루, 나의 온도와 상대의 온도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떠올려 보세요.
그 사이에서 찾은 균형이, 앞으로 당신의 커리어를 오래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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