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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 Mar 01. 2023

웬만해선 드라마가 될 수 없다

03. 다정은 병이야 


#1. 미용실저녁 

미용실 문을 열고 인사를 꾸벅하며 들어서는 미자. 미자보다 서너 살 어려 보이는 미용실 주인 남자는 살갑게 인사를 받는다. 의자에 앉아서 거울을 바라보는 미자.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다 어색한 듯 안경을 벗어 옆에 놓인 협탁 위에 둔다. 그 옆에서 물끄러미 미자를 바라보는 미용실 고양이 둥이. 

“커트하신다고 했죠?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미자의 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거울 속으로 말을 거는 미용사.  

“그냥.. 앞머리를 좀 짧게 잘라주시고요. 뒷머리는 귀로 넘길 정도로? 근데.. 괜찮을까?” 혼잣말인지 의견을 묻는 것인지 애매하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미자. 

“괜찮죠 그럼. 손님처럼 개성 있는 분은 삭발을 해도 괜찮을걸요?” 해사하게 웃으며 말하는 미용사. 그런 미용사를 멍하게 바라보는 미자. 순간 미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2. 미용실, 저녁 

“우선 뒷머리 커트부터 한 후에 앞머리 봐드릴게요.” 미자가 답을 하기도 전에 원단을 미자에게 씌우고 나서 머리에 물을 뿌리기 시작하는 미용사. 

“이만큼? 이 정도 어떠세요?” 미자가 말한 대로 귀를 살짝 덮는 길이로 오른쪽을 잘라낸 후 의견을 묻는 미용사. 안경을 벗은 탓에 간신히 형체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미자는 괜찮다고 빠르게 답한다. 

미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거울을 유심히 보면서 자른 머리를 미자의 귀로 넘겼다가 다시 뺐다가 하는 미용사. 미용사의 손이 미자의 귀를 스친다. 한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아, 왜 이렇게 귀를 만져.’ 

미자는 이 상황이 불편한 듯 헛기침을 한다. 헛기침 소리에 놀란 둥이가 의자에게 바닥으로 뛰어내린다. 미자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머리가 귀로 잘 넘겨지는 길이인지 확인하는 듯한 미용사. 연신 귀 쪽으로 손을 가져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뺐다 한다. 붉어지는 미자의 얼굴, 미자는 다시 한번 헛기침을 한다. 

“추우세요? 히터 켜드릴까요?” 미용사의 물음에 괜찮다고 말하는 미자. 미자의 옷 속 가슴골에 땀이 흘러내린다. 그걸 의식하자마자 더욱 달아오르는 미자의 얼굴. 

‘진짜 주책이다.’ 


#3. 미용실저녁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카락, 한쪽 의자에 앉아서 털을 혀로 핥는 고양이 둥이. 미용사는 숱가위로 미자의 머리를 전체적으로 손보고 있다.  

“이제 앞머리 잘라 드릴게요.” 화면을 골똘히 바라보는 미용사. 미자의 앞머리를 잡아 들고 눈썹 선에 맞췄다가, 일 센티미터쯤 위쪽으로 맞췄다가, 이마의 중간쯤까지 올려보기도 한다. 고개를 갸웃하며 미자에게 묻는 미용사.  

“어느 정도 길이를 잘라드리면 될까요?” 거울을 마주 보기가 불편하고 가슴골을 따라 흐르는 땀이 신경 쓰여서 이 자리를 어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뿐인 미자는 알아서 대충 잘라달라고 말한다. 그 말에도 결정을 못하고 연신 앞머리의 위치를 잡아보는 미용사. 마침내 결심한 듯 미자에게 말한다.  

“눈썹선에 맞추는 게 좋겠어요.” 결정이 되었다는 게 그저 좋아서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미자. 그런 미자를 바라보며 미용사가 해사하게 웃으며 말한다.  

“왜냐하면 눈썹 선 보다 높게, 그러니까 좀 짧게 자르면 너-무 귀여울 것 같거든요.” 웃자고 하는 말에 웃지 못하는 미자. 다시 얼굴이 달아오른다.  


#4. 미용실 앞 골목밤  

미용실 밝은 불빛을 뒤로하고 걷는 미자.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앞머리로 손을 가져가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에 넣고 쓸어내리고,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혼잣말을 한다.  

“다정은, 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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