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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 Mar 16. 2023

웬만해선 드라마가 될 수 없다

05. 첩첩산중 

#1. 동선의 집부엌

좌식 테이블에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리고 프라이팬에 고추를 튀기고 있는 순희. 부엌에 연기가 자욱하다. 튀겨 낸 고추를 바구니에 담고 연신 새로운 고추를 프라이팬에 넣는 순희. 연기 때문인지 눈을 찡그리고 있고, 불기운 때문인지 볼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직 튀기지 못한 고추 한 봉지가 순희의 발치에 놓여있다.  


#2. 동선의 집현관 통해서 부엌 

현관문이 열리고 동선이 들어온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인상을 찌푸리고 부엌문을 열어젖히는 동선. 부엌에 가득한 연기를 보면서 짜증스럽게 말한다. 

“이 연기 좀 봐. 아니, 이게 다 뭐 하는 거야. 아이고 냄새야. 코가 다 막히겠어.” 

동선의 야단법석에 아랑곳없이 고추 부각을 튀기며 말하는 순희.  

“냄새가 나면 나가면 되겠고만, 왜 거기 서서 난리야.” 

순희의 심드렁한 반응에 더욱 화가 난 동선은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말한다.

“아, 그만해 그만. 냄새가 지독하고, 연기도 많이 나고.”  

익숙한 반응인 듯 동선을 한번 돌아본 후에 다시 고추를 튀기는 순희.


#3. 동선의 집거실  

“아, 그만하라고 그만!”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깬 미자. 일어나 앉아 귀를 기울이다 부엌문을 열고 들어간다. 자욱한 연기와 기름 냄새, 서서 순희를 향해 짜증을 내는 동선과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순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상황을 파악하고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더욱 크게 열고 동선에게 다가가 살살 달래며 말하는 미자. 

“아빠, 엄마 거의 다 했대. 그러니까 나가셔, 여기 창문 열어두고 부엌문 닫고 튀기면 거실에서 냄새 별로 안나, 응?”  

동선의 등을 떠미는 미자. 미자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부엌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는 동선. 거실로 통하는 부엌문을 단단히 여미고 순희는 돌아보는 미자. 순희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하여튼 니 아버지 유난은 아주. 집에 와서라도 잘 먹는 반찬 좀 해줄라고 하는구만. 그거 잠깐을 못 참고.” 


#4. 동선의 집현관 통해서 부엌   

현관문이 열리고 동선의 누나 동희가 들어온다. 거실로 들어서며 동선처럼 코를 킁킁거리는 동희. 거실에 누워있는 동선을 향해 무슨 냄새냐고 묻고 동선은 부엌에서 순희가 고추 부각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부엌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동희. 부엌에 가득한 연기를 보고 순희를 향해 말한다. 

“아니, 무슨 연기가 이렇게 많이나? 이거 프라이팬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동희를 보고 미자를 향해 고모에게 커피를 한 잔 타서 드리라고 말하는 순희.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컵에 믹스커피를 쏟는다. 곧 포트에서 물이 끓고 그 소리를 들은 동희는 미자를 향해 말한다. 

“미자야, 고모는 물 정말 쪼금만 넣어서 줘야 되는 거 알지?” 


#5. 동선의 집부엌  

미자가 건넨 컵을 동희는 슬쩍 본 후에 다음엔 물을 조금 더 적게 넣어달라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하며 맞은편에 앉는 미자의 얼굴에 마뜩잖음이 묻어있다. 고개를 돌려 순희를 바라보는 미자. 순희 옆에 아직 튀기지 않은 고추가 반 봉지 남아있다. 물끄러미 봉지를 본 후에 미자가 순희에게 말한다.

“엄마, 그거 내가 할까? 엄마 얼굴 빨개. 이렇게 찬바람 쐬면서 기름냄새 맡으면 감기 걸리는 거 알지? 내가 할게 내가. 힘들잖아 엄마.” 미자가 곁에 오기라도 할 새라 순희는 손사래를 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동희가 말한다. 

“아까 짓게 뭐가 힘들어 힘들긴. 예전에 논일, 밭일하면서 식구들 밥하고 일꾼들 밥하고 그럴 때도 있었는데. 근데 이거 연기가 이렇게 나는 게 프라이팬 때문인 거 아니야? 아니 그러기에 왜 낡은 프라이팬을 안 버리고 이렇게 궁상을 떨어?” 

그런 동희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미자. 


#6. 동선의 집거실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는 동선의 어머니 종매. 거실에 누워 잠든 동선을 한번 쳐다본 후에 부엌문을 연다. 


#7. 동선의 집부엌  

종매는 부엌으로 들어가 고추를 튀기고 있는 순희와 식탁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희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미자를 차례 대로 본다. 그리고 순희를 향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하는 종매.  

“점심때가 다 됐는데 밥은 안 하고 뭘 그렇게 튀겨 대는 거야?” 

종매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동희가 말을 받는다.  

“엄마. 이게 다 프라이팬이 낡아서 그런 거야. 연기가 이렇게까지 날게 아니거든 이게. 분명히 프라이팬이 문제야 문제” 

동희를 얄밉게 쳐다본 후에 종매에게 말하는 미자. 

“거의 끝나가 할머니. 밥은 아침 먹고 남은 거 있고, 국만 데워서 먹으면 돼. 밥 차려 드릴까?” 미자는 종매를 향해 말했지만 엉뚱한 동희가 답한다.  

“뭐가 거의 끝나가, 아직 반봉지나 남았구만. 미자야, 이거 프라이팬이 문제라니까?” 

순희가 자리에 일어서며 말한다. 

“미자야 이거 얼마 안 남은 거 너가 좀 해, 엄마 밥 차릴게.” 

순희의 말을 듣고 거실로 나가는 종매, 그 뒤를 따르는 동희.      


#8. 동선의 집부엌  

귀찮은 모기떼처럼 얼굴을 향해 몰려오는 연기를 손으로 날려 가면서 고추를 튀기는 미자. 순희는 옆에서 상을 펴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 미자, 늘 그렇듯이 순희가 가엾다. 국이 끓는 소리에 일어서서 가스레인지의 불을 낮추고 다시 자리에 앉아 다 튀겨진 고추를 꺼내며 전기밥솥에서 주걱으로 밥을 휘젓고 있는 순희에게 말한다.  

“엄마는 왜 결혼했어?”  

아무 대꾸가 없는 순희. 순희가 못 들은 건가 싶어서 같은 얘기를 한번 더 하는 미자. 그런 미자를 향해 눈을 맞추고 웃으며 말하는 순희. 

“우리 미자 고추 부각 만들어 주려고 결혼했나 보지.” 

순희의 말이 어이없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워서 미자는 순희를 마주 보며 따스하게 웃는다. 


#9. 동선의 집부엌 

부엌문이 벌컥 열린다. 여전한 연기가 마뜩잖은지 부엌 안으로 들어오진 않고 거실에 서서 말하는 동선. 

“아, 그놈의 고추 부각만 튀기고 밥은 안 먹을 거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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