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난다, 냄새가.
누군가는 생선이 썩는 냄새로, 누군가는 흙에 주는 거름 때문에 나는 냄새로, 상상력이 뛰어난 누군가는 외로운 사람 하나가 죽어서 그의 고독이 썩는 냄새라고 여겼을 만한 냄새가 진동한다. 이건 그냥 냄새일 뿐이야 라고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냄새다.
일주일간 계속되는 냄새로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없게 된 사람 두셋이 모여 따져 묻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냄새의 원인을 궁금해하던 사람들도 점차 해결책을 속 시원히 내놓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주민센터와 구청에는 전화가 빗발치고 홈페이지에는 질문을 가장한 비난의 말이 쌓인다. 뉴스에서도 공기 중을 떠다니며 사람을 괴롭히는 냄새에 대해 자료 화면을 섞어가며 말하고 있으나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떠드는 이야기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중이다.
생물학 교수는 동식물이 썩으면 나는 냄새와 냄새의 지속 시간에 대해서 알 듯 말 듯 한 말을 떠들고, 범죄 전문가는 냄새를 통해 밝힌 살인의 진실 같은 것에 대해 자못 심각하게 말하고, 경제 학자는 불쾌한 냄새가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믿기 어려운 말을 하고, 여기 왜 나와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변호사는 냄새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몇 마디 거든다.
광고판 : 냄새 없는 신선한 공기, 대일 청정기와 함께하세요.
광고음성 : 악취 없고 향기 좋은 우리 집. 공기 맛집 우리 집.
공기청정기 시장은 호황으로 공기를 순환하는 기능에 불쾌한 냄새를 거르는 효과를 얹은 광고를 시작한다. 실내에 들어온 검은색의 불쾌한 냄새가 공기청정기를 통해 파란색의 상쾌한 냄새로 변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가 연신 광고판에 등장한다.
국민건강 위협하는!
악취해결 대책 없는!
정부부처 비판한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악취해결 대책마련!
강구하라 강구하라!!
광장에 선 사람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폭죽처럼 하늘 높이 뻗어 올랐다 사람들 사이로 내려와 퍼진다. 있는 힘껏 악을 쓰며 소리를 내지르는 통에 사람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선명하고 굵은 핏줄이 돋아난다. 사람들은 구호에 맞춰 오른손을 높이 들어 힘차게 흔들거나 들고 있는 깃발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흔든다.
모여선 사람의 머리 위로 윙윙 그리고 쉬쉬 소리가 난다.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공중을 날아다니는 기계에 멈췄다가 그 기계가 내뿜고 있는 것은 그저 작은 입자의 액체 일 뿐인 것을 확인하고 다시 구호를 외친다. 안심한 사람들 위에서 기계는 액체를 조금씩 흩뿌린다. 사람들의 몸은 천천히 조금씩 젖어간다.
어떤 것이 먼저였을까. 족히 100명은 되는 사람들 앞에 방독면을 쓴 사람 한 명이 나타난 것과 100명이 되는 사람들이 뒷걸음질을 친 것 중에서. 거친 행동을 하지도, 손에 사나운 무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한 사람을 보자마자 무리 지어 있던 사람들은 겁을 집어 먹은 것으로 보인다. 한걸음 그리고 다시 한걸음, 한 사람이 한 무리의 사람에게 다가갈수록 무리는 무리 지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뒷걸음질 치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앞에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람을 잠깐 바라보다 머리 위에서 액체를 뿌려대는 기계를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액체가 그들의 몸을 적실수록 그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들을 움켜쥔 두려움이라는 또렷한 감정만큼 그 감정의 원인은 또렷은커녕 불투명하기만 하다. 자신들을 향해 그저 곧게 다가올 뿐인 사람이 무섭게 느껴지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쉽게 달아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그들을 손아귀에 쥐고 흔든다.
원래의 길에서 벗어나 한층 외진 골목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등 뒤에 딱딱하고 서늘한 벽이 느껴졌을 때도 그들은 여전히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이 두려움, 처음 느껴본 것처럼 생소하지만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여전한 두려움에 사람들은 이빨을 딱딱 부딪쳐가면서 자리에 선 채 떨고 있다. 여전히 그들의 머리 위를 윙윙 날면서 쉬쉬 액체를 쏟아내고 있는 작은 기계를 쳐다보는 사람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내지르는 함성으로 가득 찼던 광장이 지금은 텅 비었다. 윙윙 소리를 내며 쉬쉬 액체를 쏟아내는 기계가 내는 소리만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