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냄새
냄새를 팔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놀랐을까. 그랬을 수도. 하지만 사람들은 좋을 때도 슬플 때도 억울할 때도 놀라는 법이다. 놀라는 사람이 많아서 어쩌면 냄새가 더 쉽게 팔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냄새 시장'이라는 것이 생긴 걸 보면.
냄새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분사형 용기에 담겨있다. 용기의 몸체는 무광의 검은색으로 흡사 먹처럼 그 속을 알 수 없고 견고한 인상을 풍긴다. 검은색 몸체의 테두리에는 금테가 둘러쳐져 있고 용기의 가운데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펜으로 흘겨 쓴 글씨가 보인다.
[BREATH]
그리고 분사를 하기 위해 손가락을 얹는 곳에 적힌 단어가 보인다.
‘사랑’ ‘용기’ ‘희망’
분사하는 곳에 손가락을 가져가면 튀어나온 글씨의 모양이 손가락에 느껴진다. 누구라도 한번 만지면 눌러보고 싶게. 한번 꾹 누르면 작고 고운 물방울이 날린다. 물방울은 언제 그게 있었냐 싶을 만큼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공기 청정기 광고 다음으로 [BREATH] 광고가 이어진다. 정성스럽게 옷을 차려입고 화장을 하는 여자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본 후 문을 향해 간다. 그러다 뭔가 깜빡한 듯 현관문 앞에서 분사형 용기를 몸에 뿌린다. 집 앞에서 여자를 기다리던 남자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자를 향해 미소 짓고, 여자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숨을 들이마신다. 활짝 미소 짓는 남자의 얼굴. 그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행복한 여자의 표정. 여자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한다.
“마음을 맡겨요. 냄새를 맡아요”
한눈에 보기에도 위중한 환자들로 가득 찬 병원 풍경. 기계에 둘러싸인 사람과 보호자 사이로 절망의 기운이 가득하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걱정과 불안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풍경. 얼마 후 문 위에 달린 기계에서 액체가 분사된다. 사람들의 고개가 서서히 올라간다. 냄새를 음미하는 사람들, 방금 전까지 절망으로 가득했던 실내에 고요하지만 강한 희망의 기운이 퍼진다.
“[BREATH]는 당신의 희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