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침을 기억한다. 방귀 냄새 때문에 잠이 깬 그 아침.
미선은 낯선 냄새 때문에 불쾌하게 잠에서 깼다. 그 낯선 냄새가 자신의 방귀 냄새라는 걸 깨닫고 미선은 비현실적인 기분에 휩싸였다.
“이게 무슨 냄새지?”
코로 들이닥치는 선명한 냄새를 맡으며 미선은 자신의 몸이 크게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자신의 몸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 잡았다는 걸 모를 수 없을 만큼 냄새로 인한 지옥 같은 날이 이어졌다. 온갖 냄새가 뒤섞였고 가장 힘이 센 냄새가 코를 찌르듯 깊숙하게 들어왔다. 입맛을 돋우던 음식 냄새도 견디기 어려웠다. 멀쩡하게 입으로 들어가던 음식이 썩기라도 한 것처럼 끔찍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남은 음식이 풍기는 냄새 때문에 토악질을 했다. 음식 냄새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하수구 냄새와 공기 중을 떠도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악취 때문에 산책은 꿈도 못 꿨다. 집안에서 음식을 없애고 밖으로 향한 문과 창을 닫아 놓는 것으로 임신 기간을 버텼다. 미선이 출산을 손꼽아 기다린 건 자주 불행이라는 단어로 치환되던 그 임신 기간이 끝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출산을 하면 자신의 후각이 예전처럼 무던해 지리라는 바람과 확신, 냄새로부터 받고 있는 공격이 멈추고 냄새로 인한 고통이 끝날 거라는 희망.
밤사이 내린 눈으로 세상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던 그 아침에 진통이 시작되었다. 진통보다 자신에게서 나는 땀 냄새와 비린내 때문에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을 때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뜬 미선은 숨부터 들이마셨다.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이제 괜찮다는 걸, 이제 다시 정상이 되었다는 기쁨에 미선은 눈물을 흘렸다. 출산의 기쁨보다 냄새로부터의 해방이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한 눈물이었으나 이것 역시 큰 틀에서는 출산의 기쁨이리라.
미선의 딸 향미는 임신 중 자기 자신만큼 냄새에 민감했다. 저런 것이 속에 들어있었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겠다 싶을 만큼 냄새에 남달랐다. 집에 사람이 들어오면 낯선 냄새 때문에 한참을 울고 보챘다. 트림을 하다 우유를 토한 후 코를 킁킁거리며 서럽게 울었다. 이 냄새 때문에 미치겠다는 듯이. 미선은 그런 향미가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냄새에 그렇게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미선 역시 임신 기간 동안 향미의 상태를 간접 경험한 덕분이고 그래서 그 괴로움이 뭔지 알았기 때문이다. 냄새 때문에 성가시고 고단할 향미의 인생이 미선은 안쓰러웠다.
“냄새 때문에 사는 게 참 피곤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