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노사협의회'에 심폐소생술을 하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하는 근로자위원 설득하기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많은 기업에서 노사협의회는 '계륵' 취급을 받곤 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다행히 법적 구색만 갖춘 '식물인간' 상태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참여'였다.

근로자위원 한 분의 사임으로 공석이 생겼는데, 아무도 그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노사협의회 위원이라는 자리는 '가뜩이나 바쁜 업무 시간에 짐 하나 더 얹는 일', 혹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만 따지면 당장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근로자위원 정수의 과반수가 출석하면 회의를 개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노사 각 3명씩 위원을 두고 있으니, 남은 2명의 근로자위원이 모두 참석한다면 협의회를 여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담당자인 내 눈에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딱 2명뿐이라면, 한 분이라도 아프거나 급한 출장이 생기면 그 분기 회의는 바로 무산된다."


3명이라는 정수는 생각보다 적은 숫자다. 예비 전력이 없는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운영되는 살얼음판을 걷고 싶지 않았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결원을 채워야 했다. 나는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대신, 다시 한번 '영업사원' 모드로 전환했다. 나는 평소 동료들에게 신망이 두텁고 조직의 상황을 잘 알고, 할 말은 하는 분들을 찾아가 정중하게, 그러나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제안했다.


"00님, 위원직을 맡아주시면 실무적인 부담은 제가 덜어드리겠습니다."


나는 HR 담당자의 역할을 '간사'이자 '러닝메이트'로 정의했다. 근로자위원에게는 <현장의 대표성과 목소리>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회의를 위한 제반 사항(안건에 대한 법률적 검토, 관련 데이터 수집 및 자료 제작, 까다로운 일정 조율, 행정 처리 등)은 담당자인 내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읍소가 아니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이었다. 다행히 나의 진심과 서포트 계획이 통했는지 공석은 채워졌고, 노사협의회는 다시 '3인 완전체'로 정상 궤도에 올랐다.


노사협의회.png


운이 좋았던 건, 우리 회사의 토양 자체가 노사협의회에 폐쇄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필요하다면 정기 회의 외에도 '임시 노사협의회'를 열 정도로 경영진은 소통에 열려 있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경영상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적어도 위법하거나 형식적인 운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은 실무자로서 큰 복이었다.


덕분에 나는 현재 노사협의회의 간사로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건이 올라오면 근로기준법 등 법률적 리스크는 없는지 꼼꼼히 검토하고, 양측이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회의를 조율한다. 노사 위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볼 때면, HR 담당자로서 묘한 쾌감도 느낀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이제 또 다른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노사협의회 위원의 정식 임기인 3년이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임이 가능하긴 하지만, 만약 한 분이라도 "이제 그만하겠다"고 손을 든다면 나는 다시 구인난(求人難)이라는 전쟁터로 뛰어들어야 한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미리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남은 임기 동안 나는 근로자위원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된 안건들이 실제로 직원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우리가 낸 목소리가 실제로 회사를 바꿨구나."


위원들이 이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면, 그리고 동료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면, 다가올 선거에서도 기꺼이 다시 한번 짐을 짊어져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위원 구성이 안 돼 머리를 싸매고 있는 HR 담당자가 있다면, 나의 이 '적극적 서포트와 설득' 전략을 활용해 보길 권한다. 그리고 혹시 위원들의 연임을 이끌어낼 더 좋은 꿀팁을 가진 선배님이 계시다면, 제발 그 비법을 내게도 공유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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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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