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좋은 것도 자랑도 아니지만, 살면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다 보니 보이게 되는 비슷한 패턴이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떠남을 혼자 결심하고 알리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평소보다 내게 좀 더 친절해진다. 조용해서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잘해주지 못해서 떠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1년이면 서로를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대부분 재택근무라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나의 인간관계는 회사 내에서보다는 밖에서 쌓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던 것 같다.
또 떠나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마지막은 따뜻하고 좋은 기억을 주고 싶은 주변인들의 마음에 감동했다. 집에 초대를 받고, 맛있는 밥을 얻어먹고,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들, 각자의 비밀(?)과 어려움을 나누고. 늘 적극적이지 못하고 존재감 없었던 나였기에 팀원들과의 마지막 인사 자리에서도 조용히 빨리 끝내야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동료들의 예상치 못한 진심 어린 따뜻한 말들, 그동안의 숨은 수고를 인정해 주는 말들에 꽤 놀랐다.
그 감동의 순간들에도 나는 그냥 웃었다. 울컥하지도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지는 않았다. 요즘 말로 나의 mbti는 F인데, 대문자 T 가 되어간다고 해야 하나. 이 정도의 따뜻함과 이별엔 눈물이 더 이상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다음날 바로 떠날 계획에 마음이 이미 떠났을지도 모른다. 감정이 메말라 가는 내가 스스로도 좀 무섭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긴 시간이 아니었기도 또 여유가 없기도 했고. 이번에도 웃으며 쿨하게 깔끔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어떤 종류 형태든 이별은 아직 힘들고 불편하다.
미니멀리스트의 짐 싸기
평생 이사와 이동이 일상이 되다 보니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과 함께 자연스레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모든 상황은 선택의 연속이고 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아직은 물질보단 지금 경험의 가치가 더 높기에 후회하지는 않지만, 전공으로 선택했을 만큼 옷과 향을 꽤 좋아한다. 미니멀라이프의 단점은 어쩔 수 없이 제한된 폭의 취향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나의 취향은 생각보다 대중적인 것보다 고상하고 값비싼 것들이란 것을 알게 된 순간 모든 게 그림의 떡처럼 보이게 되었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가질 수 없으니 더 깊고 풍부한 취향을 가지게 되는 것에 스스로 제한을 두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지금 나의 생활 수준과 나이 대에는 어울리지도 않으니 나중에 그럴만한 능력과 경제적 수준이 되었을 때 취향을 드러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장은 마음에 드는 옷을 찾기 힘든 일상복보다는 운동복, 속옷, 향에 조금 더 투자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한 인플루언서처럼, 미련 없이 필요한 것들만 남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 내게 중요한 물건이 가치가 뭔지 알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