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김밥
언니와 친구들은 책을 읽는 낭독 모임을 한다. 나는 그곳에 객원멤버처럼 참여를 해서 가끔 책을 읽곤 하는데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평소라면 전혀 읽을 일이 없는 철학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 역시 예상외로 즐거운 일이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모임에는 당뇨인 분이 계신데 철저하게 식단을 관리를 하기 때문에 현미와 채소 위주에 저염식을 한다고 한다. 책을 읽다 시간이 길어져 식사를 하려고 하니 배달을 시키려는데 당뇨 환자에게는 딱히 먹을 음식이 없다고 한다. 배달앱으로 비빔밥을 주문해 따로 싸온 현미밥을 넣어 비벼 먹다가 언니가 현미 유부초밥이나 현미 김밥을 만들어 오기 시작했는데, 그 바통을 내가 받아서 현미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벌써 일 년이 넘어간다. 김밥은 자주 만드는 것은 아니고 종종 하는데 이번에는 몇 달 만에 해보았다.
이번에는 찰현미로 밥을 지었다. 갓 지어진 밥은 현미 특유의 누런 색이지만 찰현미라 일반 현미밥보다는 조금 더 윤기가 흐른다. 참기름과 맛소금, 참깨를 넣어 밥을 비빈다.
들어가는 재료 중 햄, 어묵, 당근은 식용유를 살짝 두른 팬에 따로 볶아내고, 계란은 두툼한 계란말이를 만들어 4-5개로 잘라낸다. 단무지와 우엉은 물기를 털어내고, 오이는 채썰고, 맛살은 두툼하게 자른다.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는 김밥을 마는 일만 남았다. 오랜만에 김밥을 말려고 하니 모양이 예쁘게 잡히지 않는다. 현미는 특히 밥이 뭉쳐지지 않아서 엉망이 되는데 그나마 찰현미라 밥이 대량 이탈하는 사태만은 막을 수 있었다.
친구에게 현미 김밥 이야기를 하니 신기해한다. 다른 거라고는 백미 대신 현미일 뿐이라 신기할 것도 아니라 했지만 나 역시 처음에는 색다른 메뉴이기는 했다. 현미 김밥은 백미보다 확실히 식감이 더 거칠다. 현미밥을 곧잘 잘해먹는 나에게는 괜찮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현미 김밥을 우영우가 먹는다면 밥이 바뀌었냐며 맛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상상하고는 혼자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