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우 Aug 06. 2024

나이를 먹어도 공부는 끝이 없다.

실수를 경험하고 사람은 성장한다.

내가 일본에서 근무를 했던 부서는 미술 제작이나 전시 구성에 관련된 일이 아닌 안내를 하는 직업이어서 서비스 직종에 속했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전시나 작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그 장소에 투입이 되면 "당신 여기 직원 아닌가요?"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


10대 학창 시절 공부하면서 대학 가면 끝날 줄 알았고, 취업하고 일하면 끝날 줄 알았던 그 이름은 바로 공부.


일본 취업을 하기 전 알바 경력도 많이 없었기에 업무에 있어서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미술 전공이 아닌 사람이 미술관에서, 심지어 일본인이 아닌 사람이 일본에서 일을 하게 되니 공부량은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은 되었다.


일본에서 교환학생과 워킹홀리데이로 몇 년간 살아보면서 생활하는 데에 있어 솔직히 불편함도 차별도 느끼지 못했고 일본어를 하는 데 있어서 말하기가 가장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이것이 또 일이 되어버리면 경우가 달라졌다.


일본어로 그저 말하는 것이 아닌 손님에게 존경어로 정중하게 말하고 대응을 수 있어야 하고, 바쁜 업무 환경상 최대한 빨리 상황에 따른 판단과 대처를 해야 했으며, 하지만 매뉴얼에 따라 실수 없이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했었다.


무엇이든 모르고 있으면 높은 확률로 실수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자면 좁게는 내가 일하고 있는 시설에 대해서, 전시되고 있는 미술 작품에 대해서, 티켓이나 미술관의 이용에 전반적인 안내에 관련된 지식들을 알고 있어야 했고, 넓게는 업무를 하다 보면 손님들에게 질문을 받기 때문에 연수에서는 알려주지 않더라도 내가 일하고 있는 미술관이 있는 지역과 관련된 시설, 그리고 나아가 도쿄에 관한 일본에 관한 정보들과 같은 다양한 지식들을 공부해나가야 했다.  


물론 본인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을 손님에게 이렇겠지?라는 생각을 토대로 틀린 답변을 하는 것이 가장 문제가 되지만, 그렇다고 손님에게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릅니다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お調べ致しますので、少々お待ちくださいませ。」

"찾아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부서가 다르더라도, 내가 하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답을 모르는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고 찾아보거나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아야 해고, 그렇게 되면 손님도 기다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늦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공부와 준비가 필요한 게 당연해져 갔다.


부끄럽지만 근무 초반에는 실수가 많았다. 내가 몰라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잘못된 지식을 배워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 년간 일본의 미술관에서 일을 하면서 했던 업무의 종류도 다양했고, 그와 상응하게 경험한 실수의 종류도 다양했다.


업무가 끝이 나고 귀가를 했을 때 계속 서서 하는 일로 몸도 지치고 하루종일 말해서 목도 아팠지만, 보다도 그 날 하루 실수가 있었다면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라는 그에 대한 자책감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랬기에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뉴얼을 공부하고, 일본어를 공부하고. 그 날 실수는 어떠한 계기로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으며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고.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저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지, 귀가 후 혼자 방에서 저녁 먹으며 시뮬레이션해 보며 대비를 하고 연습을 하고. 무한 반복, 끊임없던 공부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업무에서 실수도 줄어들고, 상황에 따른 판단과 업무 속도도 높아지고. 손님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졌고 주변을 볼 수 있는 시야도 넓어지며 후배들이나 신입을 지도하고 케어하는 위치까지 올라갔던 것 같다.


지금 되돌이켜보면 내가 경험이 많았고 지식이 있었더라면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수를 겪고 나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전 03화 나의 슬픔을 손님에게 알리지 말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