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프로그램이 팔리는 세상, 그 사회적 의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는 연애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던 이들의 시선까지 잡았다. 많은 이들이 그 이유로 '진정성'을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인플루언서 데뷔 무대' 사이에서 살아남은 연애 예능
수많은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가짜 감정’과 ‘인플루언서 데뷔 무대’로 소비되는 사이, 이 프로그램은 예상 밖의 방식으로 시청자 안으로 스며든다. 더불어 단순한 진정성을 넘어, 우리가 사는 사회를 통찰하게 만든다.
흔히들 연프의 치트키는 모태솔로(이른바 '모솔')이자 돌아온 싱글 (이른바 '돌싱')이라고 한다. 출연자들의 상황적 특징으로, 프로그램을 더욱 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 비유하면, 소재가 이미 재밌는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둘 중, 돌싱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이미 있다.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모솔은 감정 표현과 상호작용이 학습되지 않은 상태다. 감정을 전하고 싶지만, 말도 행동도 서툴다. 인간의 상호작용은 학습된 기량인 탓이다. 즉, 서툰 감정표현은 불완전함이 아니라, '결핍'의 증거다. 이 지점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해당 예능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우리 모두 한때 서툴렀거나, 서투르기 때문이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는 누구나 지나온 감정의 미숙함을 거울처럼 비춘다.
시청자의 기억을 건드리는 ‘결핍의 서사’
시청자는 콘텐츠를 보며 개개인의 미숙했던 과거, 그 시절로 돌아간다. 어떤 이는, 그 시절로 돌아가 현규와 같은 흑역사 생성 기억을 떠올리며 이불킥을 한다. 또 누구는 지수처럼 사람들의 오해 속 입방아에 오르내린 경험이 떠올라 눈물이 맺힌다. 또 다른 시청자는 정목처럼 자신이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지만, 상대에게 회피형 남자라고 욕 먹었던 과거를 떠올린다.
누구에게나 있는 기억(=공감)은 프로그램 성공의 '씨앗'이 됐다.
그렇게 차별화된, 이 연프는 연애 예능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간의 관계성과 감정 발달을 다루고 있다.
AI시대에 접어든 지금, '개인의 (직접)경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힘든 일이 생기면 친구에게 털어놓거나 테라피스트를 찾았다. 지금은 챗GPT에 털어놓는다. 혼자가 익숙해지고, 관계의 불편함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은 더 커졌다. 이를 굳이 감수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
대신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소비하며 만족한다. 리액션 영상의 인기, 챗GPT에 '너는 000(역할)야'로 시작하는 프롬프트가 많은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모든 기술엔 그늘이 있다. 기업은 이 '간접 경험'을 상품화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그 결과 우리 인간은 점점 더 '진짜'를 갈망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감정, 그리고 사랑
'인간다움'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다. 사랑, 슬픔, 시련 그리고 극복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은 인간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학습할 수 없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솔들의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는 이유기도 하다. 예컨대, '27세, 방산연구원, 김상호'씨는 서사 없이 그의 등장만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데 연애의 기쁨을 느껴본 적 없고 혼자 지내는 삶에 익숙한 상호는, 카메라 앞에서도 익숙하고 편한 선택을 할 뿐이다. 그 모습이 솔직해서 재밌지만 동시에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도 점점 그와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는 오히려 가까운 미래의 '보통 사람'에 가장 가까울 지 모른다.
혹자는 영화 『her』처럼,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인간과의 사랑을 대체할 수 없다. 금전적 빈부격차가 있듯, '사랑 경험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다. 이는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리(간접) 경험이든 '매개된 경험'이든, 둘 중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연애 프로그램은 흥행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뇌는 자극을 원하고, '진짜 감정'을 갈망하는 탓이다. 모솔을 소재로 한, 이같은 프로그램은 이 두 가지 -리얼함과 자극-를 모두 충족시킨다.
그리고 감정에 서툰 모솔들은 필연적으로, 인물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담길 수밖에 없다. 여기선 그 역할을 재윤이가 했다. 초반엔 여자 출연자들과 말도 못해서 대화 중 도망(?)쳤던 재윤이, 후반엔 이성과 장난도 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큰 성장인가.
특히, 찌질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던 풀밭에 드러누운(?) 재윤이의 모습은 리얼 그 자체였다. 또 다른 자연스러운 장면은, 여명과 지연의 뒷담화다. 이들이, 그 흔한, 유명해지기 위해 나온 출연자가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유명세가 목적이라면 방송에서 뒷담화를 할 이유가 없다.
사랑은 결국, 인간관계다
'모솔+사랑' 필승 조합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끌 이유는 단순하다. 연애도 결국 인간관계기 때문이다.
재윤과 정목의 캐릭터를 보면 이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둘 다 연애 경험은 없지만, 재윤은 여성과 대화 자체를 어려워했고 정목은 굉장히 잘 소통했다. 이 차이는 연애가 기술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생각을 읽는 데서 멈추지 마세요.
-> 함께 훈련하며 인사이트를 길러가는 자리, <통찰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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